"우리와 함께 시간 보낸 탈북청소년들이 커서 남북의 다리 되길"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불금을 포기한 대신 아이들의 미소 등 많은 것을 얻었다. 탈북청소년들은 사소한 것에도 감사한다"

최근까지 뉴코리아국제학교(이하 NK학교)에서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진행했던 김영진 전 교사는 자신의 봉사활동을 이렇게 상기했다.

김 전 교사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탈북청소년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가장 큰 문제가 영어라는 것에 사람들의 생각이 모였다"며 NK학교의 설립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터민 전형이 있어 의지가 있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우리말 독해 및 토론에 취약해 대학에 들어가서도 문제"라며 "영락교회와 논의를 한 끝에 방과 후 학교를 만드는 쪽으로 결정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영어의 경우 전담 전도사님의 인적 네트워크 덕분에 미국·영국 등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집돼 1:1 혹은 2:1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됐다"면서 "그분들도 이곳의 경력이 이력서·자기소개서 등에 기재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윈윈'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NK학교의 수업은 상반기(3~6월)과 하반기(9~12월) 주4회(월·화·목·금)  18시~22시까지 영락교회에서 진행된다. 학생들은 한 시간정도 기독교 관련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에 영어·국어·논술 등의 수업을 듣는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사는 "기독교 관련 수업을 듣는 것은 NK학교의 재학조건이지만 학교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 김영진 전 뉴코리아국제학교 교사/사진=미디어펜


"다시는 희망을 놓지 않을게요"

"'따뜻한 남쪽나라에 가면 겨울에도 빨간 꽃이 핀다'던 아버지의 말은 거짓말·동화에나 나오는 말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제 앞에 빨간 꽃이 피었네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한 여자아이가 빨간 꽃을 보면서 울고 있었다"며 지난 겨울 제주도에서 진행된 수련회를 회상했다.

김 전 교사는 "그 아이는 '함경도에서는 봄에도 꽃이 피지 않아서 (아버지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적응도 해야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워가는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현실적'인 인간상이 정립되고 있었는데, 그 꽃을 보고는 '다시는 희망을 놓지 않을게요'라고 약속했다"며 "그날 수련회장은 눈물바다가 됐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6월 19일 진행된 '영락교회 북한선교대회'에서 NK학교 교사들이 야외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영락교회 홈페이지


'내 자식vs네 자식'이 아니라 다 끌어안고 가는 것이 통일

그는 "북한에는 봉사라는 개념이 없다"며 "(학생들과)같이 기뻐하고, 울고, 시간을 보내고, 이름을 불러주고, 밥을 먹이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봉사·사랑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사는 탈북청소년 봉사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북한에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연한 기회로 학교에 오게됐는데 정치적·경제적 통일도 중요하지만 북한 사람들을 사랑으로 품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통일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큰 아들이 연천GOP에서 복무했던 것을 언급하며 "내 아들과 총부리를 겨눴던 애들이 이곳으로 왔고, 나는 그애들을 사랑으로 품었다"면서 통일에 대해 "내 자식과 네 자식이 아니라 다 끌어안고 가는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낸 애들이 커서 남북의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