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시가 기록적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오히려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합병과 매각, 실적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상황도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와의 ‘불협화음’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 패턴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내 23개 증권사의 5년간 고용 수준을 분석한 결과 최근으로 올수록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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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1년말 4만 1724명이었던 직원(임원 제외)수는 2016년 말 3만 3719명으로 5년 만에 8005명(19.1%)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정규직 숫자가 3만 3782명에서 2만 6090명으로 무려 7692명 감소했다. 이는 비율로 따지면 23.1%이나 된다. 5년간 정규직 10명 중에 2명이 나갔다는 얘기다.
올해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인력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매각, 인수‧합병, 수익성 악화 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올해 출범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인력이 약 200명 줄었다. 채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총합으로 따지면 중복점포 통폐합과 업무조정 과정 등 감소분이 더 많았다.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통합으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은 아직까지 신입 공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작년에 150명 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해 몸집 줄이기를 계속 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2013년말 900명 수준이던 임직원 수를 작년말 1500명까지 늘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역시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
규모가 있는 증권사들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형사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신입 공채보다는 희망퇴직 사례가 더 잦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랠리와는 관계없이 증권사들의 채용 사정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특히 SK증권,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어 인력감축 얘기가 더 자주 들려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증권업계의 분위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현재 고용창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와 상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공무원 채용을 늘려서라도 고용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어떤 이유를 들어서건 인력감축을 하고 있는 증권사 분위기가 정부와는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역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성과 중심으로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던 금융권 관행을 당장 올해 손질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금융권에서 발생한 이익을 고위임원들이 독식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금융사들에 대한 정부의 ‘길들이기’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번 국정과제 발표가 채용을 줄이는 추세인 증권사들의 향후 정책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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