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임시배치라도 사실상 현실화 단계에 접어든 사드 배치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28일 밤 기습적인 화성14형 ICBM급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몇개월을 끌어오던 사드 논란은 일단락됐고, 새정부 대북평화 기조의 상징인 베를린 구상에 대해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진 모양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이 국민 앞에 허상으로 나타났다"며 직격탄을 퍼부었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또한 31일 "새 정부는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애초에 허상임을 하루 빨리 깨닫고 베를린 선언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다만 '베를린 구상' 추진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해 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통일부는 31일 북한의 ICBM 추가도발과 관련해 "핵과 전쟁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이미 밝힌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사드 배치다.

   
▲ 문재인 대통령은 7월29일 오전1시에 열린 NSC전체회의에서 북한의 ICBM도발과 관련해 사드 잔여 발사대의 추가 배치를 포함한 한미 탄도미사일 발사 무력시위 등을 지시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7월4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NSC전체회의를 소집해 모두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청와대 제공


미 국방부는 사드 완전배치를 신속히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은 사드 임시배치에 대해 반발해 지난달 29일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1일 국회 국방위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전자파가 아예 검측이 안 됐다"고 밝혀 사드배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해소된 상태다. 송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사드 전면 배치를 건의한 점과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조건부 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해법을 두고 이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 등 대외 변수도 베를린 구상의 큰 문턱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대화는 끝났다"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거부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거론한 가운데,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31일(현지시간) 이를 부인하면서 긴장완화는 미국과 북한에게 달렸다고 반박했다.

특히 류제이 대사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그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다루는 방법이 아니다"며 "지역 내 전략적 안정성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연일 압박 태세다. 미 군당국이 오는 2일 '미니트맨3' ICBM을 시험 발사하는 것 또한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반발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따라 문 대통령 대북기조 상징인 '베를린 구상'은 당분간 탄력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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