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정부가 친환경 확대와 원전 축소를 명문화한 에너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신설해 탈원전 정책을 신속히 추진키로 하면서 '원전 중단'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꺼질지 주목된다.

정부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게 원전 중단에 대한 권한과 법적근거가 없다는 법조계 지적과 에너지업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은 1일 "에너지법 제9조와 10조 등 에너지위원회의 심의 없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법적 절차를 어겼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론화위원회 활동중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행정절차법상 행정예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어 전면 무효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 속도전 및 원전 중단에 대한 여론전을 연일 펼치고 있다.

기존 에너지법을 에너지기본법으로 개정해 원전·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점차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을 늘리는 기본 원칙을 담으려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속한 입법을 위해 법정 예고기간(40일)을 단축하는 사유서까지 법제처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은 향후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고 산업부 또한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원전은 값싼 원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측은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7월24일 출범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신고리 원전 1,2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수원 노조는 가처분신청 외에도 서울행정법원에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국무총리 훈령에 대해 효력정지 신청과 공론화위원회 활동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할 전망이다.

노조는 이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정부의 신고리 건설 중단과 탈원전이 본격화될 경우 한수원 직원과 지역주민, 대학 원자력공학과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도 밝혔다. 

법조계는 정부가 국회를 통한 법개정이나 법적근거 없이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행정명령만으로는 원자력안전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원전의 '일반적 위험성'을 기초로 공사를 영구 중단시킬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일 이와 관련해 "제일 값싼 원전을 중단하고 그다음 값싼 석탄 화력발전소를 중단하면서 발전 단가가 몇 배나 높고 현재 발전 못하는 신재생에너지로 바꾸어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또한 지난달 28일 "정부는 공론화위 구성을 발표할 때부터 공론화위가 시민배심원단 구성으로 국민의사를 대변할 수 있고 중단 여부는 공론화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었다"며 "현행 법제도 하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공사중단을 강제할 권한이 있는지 다시 묻겠다"고 언급했다.

비전문성과 법적대표성 문제는 물론이고 원자력안전법 등 현행법 개정 없이 탈원전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이를 우회한 에너지법 개정과 에너지위원회 설치를 통해 적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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