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 개입 부작용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친서민 정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햇살론 등 4대 정책서민금융 상품 공급 여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 확대 정책에는 상당한 함정이 존재하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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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백지현 기자]새 정부가 굵직한 서민금융정책을 속속 발표한 가운데 공급 확대 정책에는 상당한 함정이 존재하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서민금융정책을 통해 서민금융시장에 정부가 자금공급자로 직접 개입하는 부작용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서민금융 상품 공급 여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대출 여력을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확대했다. 미소금융 역시 5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바꿔드림론은 2000억원에서 4000원으로 한도를 각각 1000억원과 2000억원 확대했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서민금융 공급 여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의 존재 자체가 시장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민의 부담완화를 위해 시장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은 시장원리가 작동될 수 있는 기반을 봉쇄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출구전략을 수립해 외부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체제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햇살론 보증 기구를 서민금융기관의 상호보증기구로 전환하고, 정부는 보증기구에 대해 재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서민대상 신용대출 활성화를 진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민금융기관이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일부 대형 대부업체가 지속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이윤을 실현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불식하는데 서민금융정책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의 기고다.


   
▲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새 정부가 굵직한 서민금융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채무자의 과도한 부담 경감을 이유로 내년부터 대부업 최고 금리를 내년부터 29.9%에서 24%로 인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시장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이자율을 강제하여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들을 규제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살인적 고금리가 횡행하는 암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교과서적 논리에 경도된 주장으로 현실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신용대출 시장은 심각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하여 신용할당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가격상한의 폐해를 강조하는 교과서에서 상정하고 있는 완전경쟁과는 거리가 먼 시장이다.

오히려 이자율 상한은 금융회사에 대하여 이자율 설정의 준거가 되는 기준점을 제공함으로써 신용위험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대부분의 차입자가 법정 최고금리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소위 금리 클러스터링(clustering)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중·고금리 시장에서 경쟁이 억압되고 채무자들이 불필요하게 높은 이자 부담을 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대부업 이자율 상한이 도입된 1998년 이후의 경험에 따르면 금리 클러스터링 현상과 그로 인한 경쟁 부재가 현실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2007년 10월 이후 여섯 번에 걸쳐 법정 최고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고금리 신용대출 시장이 심각하게 위축되거나 저신용자가 대거 암시장으로 내몰리어 고통을 당하였다는 증거가 제시된 바는 없다.

오히려 시장은 최고금리 인하여 대하여 안정적으로 적응하여 지속적으로 규모가 증가하여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최고금리 인하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 제도권 서민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간 경쟁 촉진을 통하여 서민 금융시장의 구조를 보다 경쟁적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인상으로 인하여 곤란을 당할 수 있는 서민들의 신용접근 경로 확보를 위하여 미소금융대출과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을 확대하여 대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 확대 정책에는 상당한 함정이 존재하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을 통하여 서민금융시장에 정부가 자금공급자로 직접 개입하는 부작용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햇살론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미소금융대출 역시 연체율의 상승과 대출대상자 선별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가용 자금의 절반가량이 대출에 활용되지 못하고 은행에서 낮잠 자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민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채서민금융상품이 서민의 금융애로 해소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정책서민금융상품의 존재 자체가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출은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전제로 하며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무리 급박하게 자금이 필요할지라도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하는 것은 곤궁한 처지를 이용하여 차입자를 벗어날 수 없는 부채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것으로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이자를 받지 않거나 시장 이자율보다 현저하게 낮은 이자율을 부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지만 이는 정책적 배려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서민의 부담을 감안하여 시장 이자율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은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는 현재의 정책서민금융상품은 시장원리가 작동될 수 있는 기반을 봉쇄하여 정책 당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농어민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자금과 같이 영구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이라도 출구전략을 수립하여 외부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한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미소금융대출은 더 이상 금융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복지의 영역으로 넘겨야 한다. 연체율 관리나 대출실적에 대한 압박에서 해방되어 차입자의 자활기반 확보를 지원한다는 본연의 목적 달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햇살론의 운영방식을 서민금융기관의 신용대출 역량 강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 할 필요가 있다. 부실 대출금의 90%를 보증기구가 책임지는 현재의 구조 하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차입자의 상환능력 유무를 심사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서민금융기관의 역량 강화를 통한 자생력 강화로 햇살론에 대한 정책 지원을 점차 축소해 나간다는 당초의 의도 실현에 심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출 실적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보증 비율을 과감하게 낮추어 서민금융기관이 대출심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채찍을 가하고 성과를 거두는 기관에 대해서는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햇살론 보증 기구를 서민금융기관의 상호보증기구로 전환하고 정부는 보증기구에 대하여 재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서민대상 신용대출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이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일부 대형 대부업체가 지속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이윤을 실현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불식하는데 서민금융정책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