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뭉친 '브이아이피'가 피 냄새로 지독한 생태계를 그려내며 한국 느와르의 새 역사를 썼다.

1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브이아이피'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박훈정 감독을 비롯해 배우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참석했다.

   
▲ 사진='브이아이피' 스틸컷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 속,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영화.

이날 현장에서는 국내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베니스국제 영화제 러브콜을 거절한 박훈정 감독이 작품을 선보이기 앞서 기대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제는 몹시 가고 싶었지만 개봉 일정이 먼저 정해져 있어서 못 가게 됐다"며 "마지막 작업을 끝낸 뒤 2~3주 만에 완성본을 봤는데, 작업할 때 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장르 영화인 만큼 이 장르에 충실하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가 아닌 한 명의 관객으로서 영화를 빨리 보고 싶었다는 장동건도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년 넘게 연기를 했지만 영화가 처음 공개되는 자리는 익숙치 않다"면서 "혼자 작품에 임할 때보다는 훨씬 의지할 곳이 많아 마음이 편안하다. 재미는 더하고 부담은 덜한 작업이었다"고 동료 배우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부당거래'가 경찰과 검찰, 그리고 건설 마피아 사이의 정치를 다뤘고 '신세계'가 깡패들이 넥타이 매고 정치하는 이야기였다면, 박훈정 감독의 신작 '브이아이피'는 그 판이 더 확장돼 국가들끼리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로 나아간 작품이다.

이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기획 귀순'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선 많이 있었던 일인데, 영화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다"면서 "기획 귀순이 성공했는데 그 당사자가 일반적인 인물이 아닌 괴물이고,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 중 국가도 법도 통제할 수 없는 VIP 김광일 역을 맡은 이종석은 북한 사투리부터 영어 연기, 섬뜩한 표정 연기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종석은 "시나리오를 받고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다"며 해당 캐릭터에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가진 이미지로 느와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감독님 덕분에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너무 재밌게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등골이 오싹한 사이코패스 캐릭터에 대해 "다른 작품의 사이코패스들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소년처럼 맑은 웃음을 지었다"면서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낯설었는데, 편집된 작품을 보고 나니 시원하다"고 털어놓았다.

   
▲ 사진='브이아이피' 스틸컷


'브이아이피'는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초호화 남배우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관객들이 기대하는 포인트 중 하나인 '브로맨스'는 등장하지 않을 예정. 이에 대해 김명민은 "남자가 나오지만 브로맨스가 없다. 만날 때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대립각을 세운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배우들끼리의 '현실 브로맨스'는 엄청났다고. 김명민은 배우들을 하나씩 지명하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먼저 장동건에 대해서는 "상대방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는 배우"라며 "제가 동경했던 배우와 한자리에서 호흡하게 돼 좋았다. 잘생기고 인격까지 훌륭한 장동건과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희순과의 신에서 그 숨막힘은 상대 배우가 아니면 못 느꼈을 것"이라며 "시나리오상에서 멋있지 않는 인물이었는데 화면을 보니 너무 매력적이더라"라고 밝혔다. 막내 이종석에 대해서는 "살인마 역을 맡기엔 힘들었을 텐데 정말 소름 끼치게 잘해줬다. 이종석 때문에 화나고 흥분됐던 적이 많다. 전 길길이 날뛰는데 표정 하나로 절 농락하더라. 제가 연기하기에 너무 편했고 흥분시켜줘서 고마웠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넌 정말 최고의 살인마야"라고 말해 장내를 폭소케 했다.

이종석도 칭찬 배틀에 참여했다. 그는 장동건과의 액션 신을 떠올리며 "선배님이 조심스러워하시고 저를 신경써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며 "그런데 감독님이 '김명민 선배는 다를 거다'라고 겁을 주셨다. 굉장히 겁을 먹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종석은 "박희순 선배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조금 아팠다"고 말했고, 이를 들은 박희순은 "이종석 씨 팬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즉각 사과해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한편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기획 귀순자'를 수면 위에서 다룬 작품이자 이야기꾼 박훈정 감독의 신작 '브이아이피'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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