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은 건국일과 별개 1948년 주권 찾고 정부체계 완성
   
▲ 현진권 경제평론가
한국은 생일이 없는 나라다. 개인에겐 인격이 있듯이 국가에도 국격이 있다. 개인 및 국가의 기본은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개인은 자라면서 정체성 확립에 오랜 고통의을 세월을 겪는다. 흔히들 사춘기라는 과정을 거쳐서 개인은 점차로 본인만의 정체성을 지성과 함께 쌓아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국가인지 정체성을 명시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을 가진 나라이며 헌법에도 잘 명시되어 있다. 그럼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 생일날은 언제인가? 아직도 국민들 사이에서 공통된 의견이 없다.

개인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축하일이 생일날이다. 그래서 세계의 어떤 국가를 가봐도 생일날엔 축하하고 같이 즐거워한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난 생일은 언제인가? 아직도 1919년, 1945년을 얘기한다. 생일날에 따라 이념적으로 심각한 대립할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이 태어나면 제일 먼저하는 것이 이름을 짓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명은 1948년 8월 15일에 만들어졌고 이날에 공시적으로 건국이 만천하에 공포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19년을 건국일로 발표하였다. 1919년은 우리 정신사에 끼친 영향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생일날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 생명이 임신됐을 때 배 속에 있는 애기에게 미리 이름을 짓고 '홍길동 임시자식'이라고 축복하지 않는다. 애기가 태어난 날에 맞추어 홍길동이란 이름을 짓고 생일날로 정한다. 한국에서 임시정부는 국가건국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중요한 활동이지만 건국이 아니고 건국을 위한 의지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1919년을 건국일로 발표하였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만들어지고 국가정체성이 새롭게 공포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다. 이날은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주권이 소수의 왕에만 있는 시대를 살다가 반만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힘으로 국민이 주권을 가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한 것이다.

이는 거의 혁명과 같은 위대한 역사적 발자취이었고 특히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었던 혁명의 피를 흘리지 않고도 국민의 주권국가를 이룬 '건국혁명'이었다. 이런 자랑스러운 우리의 건국일에 대해 아직도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금년 8.15 행사에선 대통령은 우리의 건국일을 부정하였다.

이 세상에 본인의 생일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똑같이 모든 국가들은 건국일을 가지고 있고 그날이 국가의 최대 경축일이다. 우리는 국가의 생일날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서 역사적 진실이 담기지 않은 신화 속 사건을 축하하고 있다. 개천절이 대표적이다.

하늘이 열린 날이란 뜻으로 우리 민족의 신화를 국가의 중요한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필자는 개천절을 외국인들에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개천절의 영어표현을 보면 거의 건국일과 맞먹는 표현이다. 우리의 건국일이 개천절인가? 세상에 신화 속의 얘기를 실제 국가 경축일로 정하는 국가는 없다.

한국은 이제 전세계에서 10위 수준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동안 우린 국가 생일날 제대로 챙기지 않고, 그 중요성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한 국가의 정체성에서 생일날, 즉 건국일은 가장 중요한 날이다. 이를 기점으로 우리의 사상이 새롭게 이 세상에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은 날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얘기하기 위해선 우리 가치를 시작한 생일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우리의 가치도 공유할수 없다.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를 위해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이 중요하다면 그 정체성을 있게 한 생일날에 대해선 한치의 양보가 있어선 안된다. 정체성 문제는 과거 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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