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인터뷰]② "인생작은 '친구'… 40만 관객이 목표였다"
박훈정 감독 신작 '브이아이피'서 국정원 요원 재혁 역 맡아 열연
"'유명하다는 거로 유명하다'는 영화 대사, 내 얘기 같아… 더 분발해야죠"
"차기작 '7년의 밤', 배우로서 여한 없는 작품"
이동건 기자
2017-08-21 10:40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인터뷰①이 궁금하다면 ▶ http://www.mediapen.com/news/view/293654]


<인터뷰①에 이어> 진중한 언행과 자세로 이전까진 바른 사나이로 통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이유에서일까. 농담도 던질 줄 알고 표정에도 여유가 생겼다. 유명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서도 한때 자아가 충돌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젠 균형을 맞추는 법을 체득했단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도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한 장동건은 첫째의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신기하다고 밝혔다.


"학교에 가면 알아보는 애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쟤가 내가 나오는 작품을 봤을까?' 하고 물어보면 아는 게 없어요. 영화 '로마 위드 러브'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갑자기 유명해진 주인공을 두고 왜 유명한 거냐고 물어보니까 '유명한 거로 유명해'라고 말하거든요. 그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그 아이가 내 작품을 보지 않았는데 날 알아보는 걸 보니 그 장면이 겹치더라고요.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시간 활동하니까 어딜 가도 장동건이라는 배우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정작 제 영화를 봤냐 하면 그렇진 않더라고요."



   
영화 '브이아이피'의 배우 장동건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가정 안에서의 장동건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요즘 그는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재미 반 고단함 반이긴 하지만 보람이 있어요. 더군다나 이제는 8살이 되니 아이의 귀여움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때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 지나면 부모가 놀자고 해도 안 노니까 지금 놀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안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아요. 지금은 2~3살때 애기들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재미가 있어요. 마냥 땡강 부리는 게 아니고 이야기가 통하니까. 큰애하고는 단둘이 외출도 하고… 그럴 때의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장동건은 어땠을까. 3수 실패와 끊임없는 내적 부침에도 그 흔한 가출 한 번 안 해봤다는 장동건은 단란한 가정의 분위기를 먹고 자랐다. 노량진 생활이 아무리 끔찍해도 그가 어긋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가족이 준 사랑 덕분이다. 지금 장동건이 한 걸음 한 걸음 좋은 아빠로 나아갈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할아버지·할머니도 같이 살고, 부유하진 않았지만 따뜻하고 평안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신 것 자체가 제겐 가장 큰 가치에요. 큰아이가 8살인데 아이를 보며 제 8살 때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아이 앞에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흘러가는 세월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그는 "아버지는 저와 다르게 외향적인 스타일"이라며 "지금도 풍채가 좋으시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신다"고 입을 열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지금 너가 나보다 더 재밌게 사는 것 같지?'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에 맞는 재미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 아버지가 74세이신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이제 40대 중반을 넘기 시작했는데, 20대 땐 상상이 안 됐거든요. 근데 좋아요. 예전에 재밌었던 것들이 이젠 재미없고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고… 그런 생각을 해보면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더라고요."



   
영화 '브이아이피'의 배우 장동건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생계유지 명목으로 우연한 기회에 입사하게 됐을 뿐 장동건의 원래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 3수 실패 경험을 털어놓으며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했을 때가 그렇게 기뻤다는 그를 보면 그의 인생도 마냥 탄탄대로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MBC 2년 비정규직 계약으로 연기자 일을 시작한 그는 6개월가량 출퇴근을 하며 선배들에게 "3년 정도 엑스트라 하면서 배우를 준비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들의 천국'(1990)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죠.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일이었는데,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하게 됐고, 유명해져 버렸으니까요. 이어 '마지막 승부'(1994)도 했는데, 계속 뭔가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요. '마지막 승부'가 끝난 후에 이건 안 되겠다 싶고 공부해야겠다 싶어 한예종에 들어가게 됐죠."


당시 한예종 연극원 학칙에 따라 2년간 외부 활동은 금지됐다. 이에 2년의 학교생활을 마쳤지만, '4년간 외부활동 금지'로 규정이 바뀌면서 졸업과 활동에 대한 이해가 충돌했다고. 조바심이 났고,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결국 중퇴를 결심하고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아이싱'(1996)으로 시작해 수많은 작품을 촬영했다. 특히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친구'(2001)는 장동건이 청춘스타에서 선 굵은 배우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인생작이요? 하나를 뽑으라면 '친구'인 것 같아요. 관객들이 절 다르게 봐준 작품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변화한 부분이 있거든요. 자신감도 생겼고, 촬영하면서도 거기에 굉장히 빠져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주인공이 사투리를 쓴다는 게 파격적인 일이었어요. 장동건이라는 청춘스타가 험한 깡패 역할을 하는 것도요. 전 당시 그 영화를 작가주의 콘티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스태프와 감독님들이 외치던 목표가 40만이었으니까. 지금처럼 멀티플렉스가 진출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전국 관객 카운트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그 영화는 6개월 정도 걸리고, 820만 정도의 관객이 봤어요. 어떤 에너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자랑스러운 경험이었죠. 근데 그게 오히려 흥행이 되니까 논란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대중적인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중성이 생기니까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방범죄도 있고. 이런 사례들도 있어서 아차 싶긴 했어요."


이후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3), '태풍'(2005) 등 블록버스터 대작에 연달아 출연하는 등 파죽지세로 달려왔다. 이어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으로 또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낸 장동건이지만 뜻밖에도 최근 4년간은 슬럼프에 빠져있었다고. 매너리즘에서 허우적거리던 그의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게 바로 추창민 감독의 차기작 '7년의 밤'이다.


"'7년의 밤'은 배우로서 여한이 없는 작품이에요. 연기로 욕을 먹든 흥행이 참패를 하든 '난 다 했어. 배 째, 아쉬운 거 없어' 같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은 느낌이요. 한계도 거기서 느껴봤고, 한계를 스스로 넘었다고도 생각해요. 그 직전까진 슬럼프라 연기하는 게 재미없고 하기 싫었는데, 그 작품을 하면서 재미를 찾기 시작했어요. 감독님 같은 분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에요. 할 수 있는 시도를 다양하게 다 해봤는데, 요즘 시스템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이거든요. 결국 선택되서 나오는 장면은 한 커트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한 가지 감정으로 연기를 하면 다른 버전으로 해보고, 그럼 여기에 맞춰서 다른 연기를 하고 저기에 맞춰서도 해야 하는 거에요. 촬영 장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죠. 학교에서 하는 느낌으로 이것저것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때는 고단할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 저의 니즈와 맞아서 기꺼이 작업할 수 있었어요."



   
영화 '브이아이피'의 배우 장동건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오는 23일 '브이아이피'를 비롯해 하반기 '7년의 밤' 개봉을 앞둔 장동건은 이른바 '길게 가는' 배우 인생을 꿈꾼다. 연기가 재미없던 시절을 겪고 나니 연기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알게 됐고, 비로소 모든 순간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예전엔 배우로서의 꿈에 대해 거창하게 말했는데, 지금은 그냥 오랫동안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간 너무 잘하려고 하고, 집착에 가깝게 하다 보니 연기가 재미없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즐겁게 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동안은 그렇게 했었지만 하기 싫은 순간을 경험하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로서의 갱년기일 수도 있고 남자로서의 갱년기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시기가 지나고 나니까 지금 연기하는 시간이 소중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편안하고 즐겁게 하려고 해요."



   
영화 '브이아이피'의 배우 장동건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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