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노동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노사 분쟁 및 임금격차 확대 등 사회적 갈등을 막기 위해 국회·정부의 신속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통상임금에 관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임금인상이 불가피하나 현재 최저인금을 따라가기도 힘든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을 고려해 노사 합의로 이뤄질 수 있게 선처해달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통상임금 판결로 경영부담과 노사갈등이 늘어날 수 있고, 국내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은 노사간 합의를 통해 임금체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인건비 급증을 피할 수 없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심하면 회사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의 자제와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8일 1개월 이상의 간격으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정기적으로 지급해온 상여금이라면 기본급과 동일하다고 본 것이다. 급여에서 상여금 비중이 높을수록, 업종 특성상 야간·휴일·연장근로가 많을수록 통상임금 폭 확대에 따른 혜택이 커진다. 야간·휴일·연장근로 수당은 통상임금 기준 시간당 150%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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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뉴시스 |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 노사는 2012년 임금협상에서 통상임금 대표소송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현대차 노조는 2013년 3월 서울중앙지법에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 변론이 진행중이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상여금 등 통상임금 관련 논란은 현대차 노조가 제기해 진행중인 소송 결과를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의 법적인 문제이지 임금 총액의 인상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임금체계 구성이 변한다 해도 더 이상의 임금총액 증가는 국내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논란이 된 통상임금 문제는 단순한 임금문제를 넘어 국내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과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특히 자동차 산업 부문은 세계 완성차 수준과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의 임금을 이미 받고 있으나 생산성은 절반 밖에 안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더 올리는 것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통상임금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임금총액의 증가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근로자와 노조의 전향적인 인식변화와 협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등이 시행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산업의 심각한 경쟁력 저하 및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상승하는 고비용 시스템이다. 여기에 정년 연장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은 근로자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 가중 등 심각한 경쟁력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임금·저생산성 문제에 직면해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과 정년 60세 연장 등에 앞서 우선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직무·숙련도에 따른 임금체계를 하루빨리 도입하고, 임금피크제와 숙련단계별 임금제 등 임금제도를 유연화 함으로써 기업들의 원가경쟁력 회복과 제도시행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 한없이 임금을 올려주라는 주문이 아니라, ‘비효율적 낡은 임금체계의 미래지향적 선진화’가 본래의 취지인 것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