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위한 법이나 서비스 악용 사례 늘어
고객 갑질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때 서비스산업이 도입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산업군에는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서비스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블랙컨슈머'라는 말이 나오고 소비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과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만족' 정책의 부작용이다. '갑과 을의 전도', '을의 갑질화'가 보다 노골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블랙컨슈머'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따져보고, 기업이나 직원들의 피해사례 등을 소개한다. 아울러 '블랙컨슈머'가 아닌 '화이트컨슈머'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2016년 롯데백화점 본점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장 모습.(기사와 무관)/롯데백화점

[미디어펜=김영진 기자]"구매한 상품의 하자를 문제 삼아 기업을 상대로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의 사전적 의미다.

한때 국내 소비자 시장에서도 서비스 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고객을 우선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전 산업계에 확산된 것이다. 

기업들은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고객들에게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해 직원들을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했다. 고객들이 직원들의 목줄을 잡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례로 통신사 전화상담을 진행한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상담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평가도 받아야 한다. 그들은 고객들에게 따로 문자까지 보내며 전화상담이 어떠했는지 등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꾀하고자 도입된 제도들을 악용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블랙컨슈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구매한 상품을 사용해 놓고도 하자를 문제 삼아 기업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보호법에 고객변심, 서비스불만, 제품하자 등이면 어떤 상품이든 14일 이내에는 교환·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명품 카피하려고 명품 브랜드 제품 구매해 해체한 이후 재봉합하고 반품하려다 덜미

국내 한 대형 백화점에서는 30대 여성 고객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1000만원 대를 호가하는 모피 코트를 구매했다. 하지만 이 고객은 2주 뒤에 환불해 달라고 백화점 매장을 다시 찾아왔다. 

모피를 구매할 정도로 경제력이 있어 보이지 않다고 판단한 이 매장 직원은 본사에 이를 보고했다. 본사와 백화점은 이 고객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이 고객은 특정 브랜드의 모피를 구매해 2주 단위로 백화점 별로 돌아가며 반품하고 재구매, 그리고 또 반품하는 식으로 새로운 상품을 입어왔던 것이다. 입어본 흔적이 있다고 환불을 거절하면 매장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의 방식으로 반품을 받아왔다고 백화점 관계자는 전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명품 카피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을 구매해 다시 반품하는 방식으로 백화점과 브랜드에 피해를 끼쳤다. 이들은 카피를 하기 위해 제품을 해체한 이후 다시 재봉합해 반품을 시도했다. 결국 이들의 행각이 백화점 측에 발각돼 반품이 거절됐다. 그렇다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1년이 지난 옷을 드라이가 잘못 돼 오염이 생겼다고 제품 하자로 몰고 가며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백화점 측은 전했다. 

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블랙컨슈머들은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 막는 존재로 비춰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고객이라고 무조건 을이 아니며 갑질을 일삼는 고객들도 너무나 많다"며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서 호텔에 컴플레인하면 어떤 서비스 받을 수 있는지 정보공유

호텔의 상황도 비슷하다. 회원수 50만명에 달하는 호텔 전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호텔에 대한 개인적 평가 뿐 아니라, 호텔 서비스를 이용할 때의 팁이나 컴플레인을 하면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들이 공유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합법적인 선에서 정당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스마트 컨슈머'이지만 의도를 가지고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블랙컨슈머'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들이 서비스의 허점을 노리면서 접근하면 호텔들은 관련 서비스 규정을 더 꼼꼼히 마련하거나 서비스를 축소해 장기적으로는 전체 고객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서비스가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경우들이 많다"며 "신용카드들의 혜택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선에서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고객들이면 좋겠지만, 서비스의 허점을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기업에게 피해로 돌아가고 장기적으로는 전체 고객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간과해선 안될 문제"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