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 악영향 가능성 제기
확실한 준비는 필요…긍정적 효과가 더 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수출 효자 종목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중국 시장 경쟁력 확보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정부가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제조사들의 중국내 신규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반도체 제조사들은 생산라인 신축 등 중국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기존 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의 65인치 UHD CSO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중국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거대 시장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30%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중국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디스플레이‧반도체 제조사들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3차원(3D) 낸드플래시 라인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라인 증설 계획을 갖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협력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중국 진출을 재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디스플레이‧반도체 제조사들이 중국 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걱정하는 기술 유출에 대해  안정장치가 충분한 만큼 큰 우려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생산라인과 공정관리는 대부분 한국에서 파견된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라며 “정부기관과도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리 정부가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대체 가능한 유통, 소비재 등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기술 산업에는 사드 영향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아직까지 중국의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는 첨단 부품 소재 등의 진출 규제를 거론하며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SK하이닉스의 72단 3D 낸드 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중국 시장 규모와 비중을 고려하면 완전 철수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의) 중국 진출 이슈는 추가적인 투자에 대한 권유로 판단된다”라며 “국내 업체의 글로벌 1위 영역으로 적기 투자를 위해 관련 투자계획 지연이나 변경 가능성은 낮다고 판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투자가 지연되거나 생산 라인 증축이 백지화 될 경우 해당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보다는 디스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유가 있는 평택과 청주 라인을 토해 충격을 흡수 할 수 있다.

하지만 TV용 OLED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LG디스플레이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을 전환하거나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국내에 OLED 라인 신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완정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OELD 라인 계획이 무산될 경우 OELD TV 시장 리더십 강화의 적기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9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LCD 공장 신규투자도 우려가 컸지만 해외 거점의 필요성과 시장 선점 효과를 고려해 승인됐다”라며 “LG 디스플레이의 OLED 공장 건설 계획도 정부의 면밀한 검토 후 기술 및 인력 유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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