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임금인상" 사측 "형평성 감안"
'절차적 정당성 결여' 불법파업 논란도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임금 인상을 놓고 2년동안 회사와 ‘해묵은’ 갈등을 풀지 못하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추석 연휴 파업을 선언함에 따라 여객운송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추석 연휴 기간인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7일동안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민족 명절인 추석 연휴 파업은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점에서 조종사 노조가 쉽사리 파업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추석 연휴 파업을 예고한 데 대해 대한항공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해 여객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노조는 2015년 4%, 2016년 7% 인상과 성과급을 소급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2015년 1.9%, 2016년 3.2% 임금 인상과 보안수당 인상·공항대기 수당 신설을 제시했지만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일 "390명이 추석 연휴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사측에 통보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이번 파업은 쟁의 행위 찬반투표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회사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도 일반직 노조와 타결한 1.9% 인상률 이상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노조 “임금 더 달라” vs 회사 “형평성 감안해야”

조종사노조가 최종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임금인상안은 △ 2015년 임금 4% 인상 및 퇴직금 매년 1% 누진제 도입 △ 2016년 임금 7% 및 상여 100% 인상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일반직노조와 지난 2015년 1.9%, 2016년 3.2% 임금을 인상 협의를 체결한 상황에서 이같은 제안이 형평성이 떨어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반직노조는 전체 조합원 중 85%를 차지한다. 

사측은 또 조종사노조에게 지난 2015년 임금 1.9% 인상, 2016년 임금 3.2% 및 수당 인상, 복리후생 강화안을 꾸준하게 제시하고 있다. 회사안을 받아들일 경우 조종사들은 평균 1500만원씩 소급적용된 임금을 받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만약 조종사노조만 다른 비율로 임금을 인상했을 때 받게 될 타 직종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형평성을 고려해 이미 타결된 인상률 이상의 요구는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이에 아랑곳않는 분위기다. 노조 측은 최근 진행된 단체 협상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연 6매 제공할 경우 회사가 제안한 인상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뉴욕 기준 비즈니스클래스 왕복 항공권의 가격은 800~900만원대로,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연 5000만원 이상의 임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같은 임금 인상분은 사측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업계 "조종사노조 파업 절차적 정당성 결여"

상황이 이렇자 항공업계는 추석 연휴기간에 국민을 볼모로 파업 하겠다는 대한항공 노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업은 법적으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전면 파업이 금지돼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전체 내국인 조종사(2300여명) 중 일부만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 또 통상적으로 노동쟁의 때에도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 이상을 정상 운항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명절에 파업을 단행하는 것은 승객을 볼모로 월급을 올려달라는 이기적 행태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조종사노조가 추진하는 파업에 대해 "법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 건으로 지난 2016년 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파업 조건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말 파업 이후 재개된 교섭에서 2015년 임금 요구안을 변경하고, 2016년 임금 및 2017년 단체협상으로 교섭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에 따라 파업을 위해서는 파업 찬반투표가 반드시 선행되고,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파업 이유, 조건이 달라질 경우 반드시 그에 적합한 찬반투표가 이뤄지는 것이 법적 정당성을 갖는다”며 “이번 파업은 최초 진행했던 파업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보기 힘들며 변경된 조건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을 묻는 찬반투표가 새로 이뤄지는 것이 정당한 파업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9년 5월 행정해석(노사관계법제과 1468)을 통해 연도를 달리하는 임금교섭의 경우는 노동쟁의의 동일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각 연도별 임금교섭 관련 쟁의행위에 나서기 전에 별도의 찬반투표와 조정신청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이번 파업이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점을 의식한 조종사 노조가 쉽게 파업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추석 연휴는 타 항공사뿐만 아니라 내륙 교통 수단도 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업에 따른 불편을 승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파업에 따른 결항편은 그리 많지 않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가용인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화물기 위주로 스케줄을 조정해 여객운송에 큰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사가 2015년과 2016년 임금교섭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성실히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