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여야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을 놓고 때 아닌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슈로 정치권은 '3각 전선'(민주당·정의당: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을 형성해 대치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잇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한 축을 이뤄 자유한국당과 정면 충돌하고, 상대적으로 중도 입장을 펴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양비론으로 입장을 펴고 있다. 

논쟁의 시작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은 부부싸움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글을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대의 정치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했던 것"이라는 발언이 배경이 됐다. 박 시장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댓글사건 조사와 관련해 MB측에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나왔다.

이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진석 의원의 막말을 통해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서 "막말 전쟁으로 정치가 이렇게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에 민망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남춘 민주당 최고위원도 "정 의원의 망언에 대해 민주당은 철저한 법적 대응을 촉구한다"면서 "한국당은 오히려 망언에 대해 반성은커녕 정치보복이라며 노 전 대통령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망발은 이명박 정부시절 대선개입 회피 수단으로 고인의 명예와 유가족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정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정진석 의원의 발언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은 25일 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아직 당 차원에서는 법적 대응을 논의 한 것은 없다"며 "오늘 유가족이 먼저 법적 대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후 2시에 아드님(노건호)이 고소장을 접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의당도 정 의원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의원이 이명박 정권의 잔당을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당과 정의당의 공격에 대해 한국당은 정 의원을 엄호하며 정 의원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23일 "이번 논란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이라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허위사실이냐. 또 부부싸움이란 부분만 허위사실이냐"며 "그것도 아니면 노 전 대통령 죽음이 전전(前前) 정부 탓이고 그래서 그 한을 풀기 위해 정치보복의 칼을 휘두른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정치 쟁점화하자 정 의원은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렸다.

정진석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올린 글일 뿐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 한을 풀기 위해 또다른 형태의 정치보복에 나서야 하는가. 한쪽이 한쪽을 무릎 꿇리는 적폐청산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을 반복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당과 제1야당의 막말 파동 싸움에 대해 국민의당·바른정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양쪽을 ‘구태정치’라며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107석의 국회의원이 있고 많은 법률가들이 있는 한국당이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을 재수사하자는 것은 한심하다"면서도 "박 시장의 정치보복 주장 또한 편가르기식 정치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양측을 모두 공격했다.

바른정당도 24일 '이제 그만들 해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누가 하면 정치보복이고 누가 하면 적폐청산인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나라꼴 이렇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민주당·한국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앞서 정진석 의원의 발언은 검찰의 칼날이 MB를 향해 정조준되면서 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까지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으로 몰아갈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사실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정 의원을 고소할 경우 검찰에서 '박연차 뇌물사건'을 재수사해야 할 수밖에 없는 점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노무현 서거' 이슈가 어떤 결말을 맺을 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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