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일명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 공군 B-1B 랜서 전략폭격기의 북한을 향한 무력시위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선전포고"라고 주장하자, 미국은 "선전포고한 바 없고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 없다"며 일축했다.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숙소인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 유엔 헌장은 개별국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미국의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유엔 총회에 참가하는 모든 대표단을 포함해 전세계는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리 외무상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 미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여러 대의 B-1B 랜서가 F-15 전투기들의 호위하에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미군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016년 9월13일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미 정부는 즉각 리 외무상의 트럼프 선전포고 및 국제공역 상의 공격 언급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 솔직히 말해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리용호 외무상의 주장을 일축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한 나라가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를 향해 타격한다는 것은 결코 적절한 일이 아니다"라며 '영공을 넘지 않는다 해도 자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리 외무상의 입장을 반박했다.

리 외무상의 주장에 대해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 또한 이날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 비행기나 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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