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호와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입양은 아름다운 동행의 전형입니다. 미디어펜은 입양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입양에 대해 고민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가정아이와 다를 바 없는 입양아 및 입양에 대한 그릇된 인식 바꾸기에 나서려고 합니다. 특히 친부모와 생이별 후 입양된 아이가 성장해 정체성 혼란·정신적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지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입양아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값진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입양아④]베이비박스는 생명의 상자?
[미디어펜=이해정 기자]길가에 버려지는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 제작된 '베이비박스'가 '생명의 상자'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영아유기를 조장하는 불법시설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 자체보다는 미혼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나 상담 지원 등 지원체계 구축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1호 베이비박스는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처음 제작되고 운영됐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는 "우리 교회가 오갈 데 없이 병원에 방치된 장애인 아동들을 보살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교회 주변에 영아를 갖다 놓기 시작했는데, 버려진 영아가 혹시 뒤늦게 발견되면 아이의 생명이 위태롭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이비박스를 만들기로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교회 2층 외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는 가로 45㎝, 세로 70㎝, 높이 60㎝의 작은 상자다. 손잡이 위엔 '불가피하게 키울 수 없는 장애로 태어난 아기와 미혼모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아래 손잡이를 열고 놓아주세요'라는 문구와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다'(시편27:10)라는 성경 구절이 적혔다.
당초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려 설치했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언론 보도 등으로 베이비 박스가 알려지면서 이용세가 증가해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는 관점도 있다.
아동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베이비박스는 영아유기죄를 조장, 방조하는 위법한 공간에 불과하며
아동복지법이 정한 최소한의 신고요건도 갖추지 못한 불법시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가정위탁지원센터는 "베이비박스의 경우 불법시설물이지만, 2016년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동이 월평균 3명에서 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베이비박스가 아동보호체계의 일부인 것으로 오해하고 아이들을 두고 간다"고 말했다.
반면 교회 측은 부모에게 아이를 다시 데려가도록 최대한 설득하기 때문에 방조나 조장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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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홀트아동복지회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제공 |
주태승 주사랑공동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규제하는 법이 없다"며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회 측은 또한 아이들의 부모와 상담을 하고, 아이를 직접 기르겠다고 할 경우 3년간 분유와 기저귀 등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생활비도 일부 지원한다.
주 목사는 "아이 엄마들이 오면 다 상담을 한다"며 "그럴 때 아이를 포기하지 말고 기르라고 설득하고, 기르겠다고 마음 먹는 엄마들이 아이를 양육 할 수 있도록 양육 용품과 생활비 지원 등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은 후원금을 통해 이뤄진다. 주 목사에 따르면 매달 평균 70여 명이 지원을 받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베이비박스를 이용해 아이를 유기하는 이용건수는 2012년 79건에서 2013년 252건으로 크게 늘었고 이후 2014년부터 작년까지 260~270건대(2016년 278건)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입양유기 문제에는 베이비박스의 설치 유무나 입양특례법 자체보다는 사회적 부담이나 경제적 부담으로 입양을 유기하는 미혼모들을 지원하는 방안 등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소혜 성균과대 법학과 교수는 입양 유기와 관련,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이유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경제적 부담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며 "혼자 키우고 싶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입양유기를 생각하는 엄마를 도와주는 것이 정책의 첫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영아를 줄이기 위해 "부모가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사회적 편견이 제거되고 경제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다.
베이비 박스를 두고 현행법 위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으나 베이비박스가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입양 유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혼모에 대한 경제·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모습이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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