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관세부활·국내생산 감소우려"
철강도 영향권…반덤핑·상계관세 강화 '주목'
[미디어펜=조한진·최주영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 협상 수순에 들어가면서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업계가 비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을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목하는 등 FTA 재협상 테이블의 주요 사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 FTA 개정으로 미국이 관세율을 올리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자동차·자동차부품, 철강, 기계 산업의 수출손실이 최대 1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수출을 앞둔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자동차업계는 한미FTA 발효 5년만에 개정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3대 중 1대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FTA 개정으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며 내부에서도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무역적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요인으로 국내 자동차를 지목한 이후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가 이번 협상에서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 관세가 부활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12년 한미 FTA 발효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지난해 1월 폐지됐고 사실상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 대비 관세 혜택이 적용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FTA 개정으로 국산차에 다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현대차 33.2%(33만5762대), 기아차 30.6%(33만2470대)로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한국지엠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과 군산공장에서 소형 세단 아베오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경차 스파크 등을 미국을 비롯해 해외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는 쉐보레와 뷰익 브랜드로 연간 15만대가량 수출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10만7대 중 9만3936대가 로그 차량으로, 국내 생산 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철강 제품은 한미 FTA와 관계없이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에 따라 한미FTA 발효 이전부터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 FTA가 개정돼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산업의 무역불균형을 꾸준히 거론한 만큼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미FTA 재협상을 빌미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등의 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전체 철강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3.8%에서 2016년에는 3.2% 수준으로 떨어졌다.

철강업계는 한미 FTA 개정 보다 미국 정부가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철강 조사 결과를 더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조사는 중국산 철강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산 제품도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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