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현안 떠난 포괄적 현안 "인정될 수 없어"
형사법 원칙 살아 숨 쉬는 판단 이뤄지길 희망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이 '포괄적 현안'이 인정된 원심 선고에 대해 "개별적 현안을 떠난 포괄적 현안이 인정된 것은 나무는 없지만 숲은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변호인단은 12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같이 밝히고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포괄현안인 승계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심에서는 대통령과 이 부회장 양측에서 어떤 묵시적 의사표시를 주고받았는지 그로 형성된 인식이 구성요건 전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고 하기 전에 구체적 직무에 대한 인식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포괄적 현안은 이 부회장의 2차 구속영장이 청구될 무렵에 언급된 것"이라며 "특검 조차 영장 청구 당시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을 어떻게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또 원심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 인정된 것을 언급, "이것은 원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증언이 삼성이 추진해온 포괄적 현안인 것처럼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일반지주회사 전환을 전제로 삼성전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삼성은 그런 유사한 계획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승계 작업은 그가 삼성의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말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이 12일 '포괄적 현안'이 인정된 원심 선고에 대해 "개별적 현안을 떠난 포괄적 현안이 인정된 것은 나무는 없지만 숲은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안종범 수첩' 증거 능력 될 수 없어

한편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모두발언을 통해 '안종범 수첩'이 증거가 될 수 없음을 다시금 강조했다. 

원심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던 '안종범 수첩'을 두고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전문법칙이 적용돼야 해 증거물인 서면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검사팀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은 안 전 수석과 관계자의 진술이 종합돼 사실관계가 인정된 것"이라고 응수했다.

앞서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은 맞지만 모든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안종범 수첩에 적힌 것과 같은 경영현안 청탁은 없었다"고 했고, 법정 출석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 상태다.

이런 점에 착안한 변호인단은 "단독 면담 내용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정확히 전달했는지 검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수첩 내용 자체도 문장이 아닌 단어를 나열한 수준"이라며 "때문에 원심 판단의 논리 구조는 전문법칙을 해쳤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또 "안종범 수첩을 간접증거로 인정해도 부정청탁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간접증거로 채택했다는 것은 그 내용의 사실 여부는 따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안종범 수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증명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특검은 "변호인단의 이 같은 주장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간접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에 전문법칙을 적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영미법에서도 그런 법 이론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항소심에서는 증거 재판주의, 죄형 법정주의 등 형사법 원칙이 살아 숨 쉬고 실체에 부합하는 판단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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