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정부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차례 복역하고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저서를 공동저술한 정현곤 시민사회비서관을 임명하고도 채용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12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 비서관은 총리실 별정직 고위공무원(나급)으로 시민단체들을 관리하는 직책의 국무총리 비서관인 시민사회비서관에 지난 7월 31일 임명됐다. 

정 비서관은 지난 1997년 6월 이적단체로 규정된 참여노련 대중사업국장으로 활동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했다. 또, 1987년 서울대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 위원장으로 활동해 건대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 징역 12년 구형, 6년 선고받은 바 있다. 2001년과 2003년에는 두 차례 방북했다. 

정 비서관은 과거 '자민투 위원장'·'참여노연 대중사업국장'·'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위의장'·'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 등 직함으로 활동했다. 이 기간 중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책인 '천안함을 묻는다'를 공동저술했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밀양송전탑 공사 반대 시위 등을 주도하거나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관은 임명된 뒤 비서관 자격으로 각종 시민단체 회의 등에 참석해 정부 지원 방안 등을 조율해왔다.

총리실은 두달 반이 지나도록 정 비서관의 임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각종 자료에는 인물 정보조차 등재되지 않았다.

   
▲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방을 벌였다./사진=미디어펜

고위공무원단은 청렴·도덕 의무 이행과 업무상 이해충돌 방지 등을 위해 재산을 포함한 개인 신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돼 상시 감시를 받아야한다. 

총리실은 지난 7월 당시 공보실장·정무실장 등 고위공무원 3명에 대한 인사는 모두 공개했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정 비서관 인사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총리실은 "정 비서관만 빠진 것은 단순 업무착오였다"고 답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비서관 임명에 청와대가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정 비서관을 두고 검증 논란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정 비서관의 사상과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정 비서관을 향해 "당시 활동한 이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정 비서관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헌법의 가치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천안함이 폭침된 것이 아니라고 (정 비서관이) 책에 썼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꼭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국감장에 참석한 보수야당 의원들이 "당연이 해야 한다"고 말하자 정 비서관은 "학술적으로 쓴 논문에 대한 것인데 국감장이라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제 생각이 궁금한 것이라면 따로 말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 대해 보수 단체 지원을 모두 '적폐'로 규정하고 사정 칼날을 들이대면서, 이렇게 특정 이념과 단체에 편향된 인사를 총리실 비서관에 앉힌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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