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석화 최근 대규모 증설 투자 결정
中사업, 그룹 투자총액 5분의 1 차지
[미디어펜=최주영 기자]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공을 들이면서 사드 한파를 이겨내며 중국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 사업에 3조원을 투자했다. 올해 초 밝힌 그룹 전체 투자 목표액은 17조원으로 이 중 5분의 1 가량이 중국에 투입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중국에 제2의 SK를 세우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재가동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 최태원 SK 회장 /SK 제공

SK이노베이션은 17일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가 최근 생산량을 기존 대비 약 40% 늘리는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규모는 7400억이다. SK이노베이션과 시노펙이 직접 투자하지 않고 중한석화가 자체적으로 창출한 이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회사는 전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에틸렌 및 유도품 자급률은 6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증설 투자는 이 시장에서의 선제적인 마케팅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SK가 이처럼 중국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약 10년 전부터 주창해 온 SK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강조해 왔다. 말 그대로 중국에서 ‘외부자(Outsider)’가 아닌 ‘내부자(Insider)’가 된다는 전략으로, SK는 중국에서 올린 수익을 현지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중국 내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투자를 지속해 온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중한석화’다. 중한석화는 2013년 10월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각각 35대 65의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실제 최 회장은 중한석화 출범 이후 사업 확장 및 발전을 위해 논의와 지원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중국의 사드보복이 한창이던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 1조3456억 원, 영업이익 3211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실적인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같은 전략이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인한 통상마찰을 극복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 LG 등 다른 대기업들이 중국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SK는 선제적으로 중국 사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 중한석화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최 회장의 중국 투자는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진행됐다. SK그룹은 지난 7월에만 총 3일에 걸쳐 중국에 총 2조4247억원을 투자·출자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공시에 따르면 SK는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인 ESR 지분 11.77%를 3720억원에 인수하며 중국 물류시장에 뛰어들었고, SK(주), SK이노베이션이 잇따라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의 주식을 사들이며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내 적기 투자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대비로 SK차이나 주식 475만4868주(2518억원)를 취득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내 생산 법인인 SK하이닉스세미컨덕터차이나에 1조1161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최 회장의 최태원 회장의 ‘차이나 네트워크’도 주효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시노펙 경영진과 추가 사업 협력과 다각화 협의를 시작해 올해에는 시노펙 동사장과 직접 만나 면담하고 지역 정부와 투자 및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최대 경제포럼인 보아오 포럼에서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또 최근 2년 동안에도 약 12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경색된 사드정국 속에서도 최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SK의 중국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중한석화의 이익을 재투자한 것은 중국 시장 안에서 SK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SK가 사드 제재국면 이후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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