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탈원전 로드맵과 관련하여 귀사(한수원)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탈원전 로드맵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4일 원자력발전소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게 '공론화 결과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보낸 공문의 내용 전부다.

산업부는 달랑 한줄짜리 공문에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탈원전 로드맵을 첨부했다.

로드맵의 주요 골자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백지화, 기존원전 14기 수명연장 금지다.

탈원전 로드맵에 따른 매몰비용이 최소 3조원이며 경제적손실은 추가전력생산비용 231조원 및 600조원 수출시장 포기 등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산업부가 한수원에 졸속으로 후속조치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자력업계에서는 정부가 탈원전 로드맵 비용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한수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문제의 산업부 공문을 보고했다.

이사회는 산업부가 '필요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탈원전 로드맵 자체가 한수원 경영목적과 이해 상충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선 이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도 정부가 탈원전을 계속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3조 매몰비용 혈세가 허비되고 법적다툼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건설이 중단됐다가 재개될 예정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탈원전 로드맵에 따른 배·보상 등 매몰비용과 전력손실에 따른 비용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나 한수원 예비비가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금지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을 한수원이 실제로 추진하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와 법 개정 등이 걸림돌이라는 점이다.

탈원전 로드맵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여러 갈래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만 해도 원안위 인허가 및 정부의 사업자 규제를 통해 이를 강행할 경우 자산가치가 남아있는 자산을 인위적으로 상각하는 형태가 되어 한수원 입장에서 배임 횡령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크다.

법 개정 또한 한수원이나 정부 소관이 아니라 국회의 몫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탈원전 로드맵에 대한 야권의 강한 반대 입장을 감안하면, 출구전략이 녹록치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한수원은 27일부터 이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24일 '탈원전 로드맵' 브리핑에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하여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은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 및 국회 심의를 거쳐 기금 등 재원을 활용하여 보전할 것"이라며 "필요시 법령상 근거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원전 로드맵에 대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전기료 인상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의식도 여전하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정부 안대로 탈원전·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면 LNG 등 가스발전의 비중이 늘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하나(탈원전)를 완전히 버리고서는 에너지믹스를 제대로 갖고 갈 수 없고, 최근 글로벌유가 인상 추이도 관건이라는 에너지전문가들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부의 이번 한줄짜리 공문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임시중단 당시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탈원전 못박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법적 다툼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후속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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