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전두환 정권 시절 국군 보안사령부가 1985년 12대 총선을 전후해 당시 야당인 신한민주당(신민당) 관계자들을 집중 사찰한 것으로 들러났다. 

보안사는 유족들이 신민당 관계자들과 교류하면서 5·18 진상 규명을 정치 쟁점화하지 못하도록 광범위한 방해 작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보안사의 '정보 사업 계획' 문건에 따르면,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에 대한 분열공작의 하나로 당시 야당인 신한민주당(신민당) 주변을 집중 사찰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보안사는 이 문건에서 "12대 총선 분위기가 고조됨과 동시에 전남 ○○ 지역구 신민당 입후보자 등이 광주사태를 선거 쟁점으로 부각하면서 유족들을 상징적 존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 유족들이 신민당 지원을 위해 12대 국선(총선)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부터 극렬 측 유족들이 세력 확산에 부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보안사는 유족들의 구심점인 계 모임의 계주가 신민당에서 선거 사무장으로, 재무 담당이 여성분과 부녀부장으로, 한 회원이 광주시 송암동·효덕동 조직책으로 각각 활동한 내용을 파악했다.

또 유족 30세대 35명이 매달 두 차례 '공원묘지'(5·18 민주묘지) 등에서 모임을 하고, 정부 차원의 정당한 보상과 기관원의 감시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사실도 조사했다.

보안사는 "(유족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국회에서 거론되도록 배후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청와대와 국회 방문을 위해 상경을 시도(하려 한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국민 지지를 받는 야당을 노골적으로 사찰할 수 있었던 것은 전두환 정권 시절의 보안사가 가장 강력한 국가기관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전두환 정권이 '5·18의 정치화'를 극도로 경계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5·18이 정권을 넘어뜨릴 최대의 아킬레스건임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오월 광주의 참상을 어떻게든 감춰보려 했던 그들의 헛된 시도는 87년 민주화로 끝내 좌절됐다"고 말했다.

한편, 1985년 11월 보안사의 5·18 유족 분열공작 문건을 결재한 사령관은 하나회 핵심으로 알려진 이종구 씨였다. 노태우 정권에서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 씨는 최근까지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반대 여론을 주도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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