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우리은행의 오랜 숙원이었던 민영화를 성사시킨 이광구 은행장이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사태에 책임을 지는 의미로 결국 자진사퇴의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이날 오후 2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광구 우리행장은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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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우리은행 |
이날 이 행장은 전체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간담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혔고 신속히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광구 행장은 1979년 처음 한국상업은행에 입사하면서 금융권에 들어온 후 우리은행 홍콩지점 지점장, 개인영업전략부 부장,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등을 거쳐 2014년 말 우리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성실하면서도 목표를 놓치지 않는 스타일 덕분에 우리은행의 15년 숙원이던 민영화를 결국 성공시키고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봄 민영화 이후 첫 행장이라는 명예 또한 가져가게 됐지만 오히려 내부에 복병이 있었다. 지난 10월 16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의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이 내용 중에는 우리은행이 신규 직원 채용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과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의 자녀 등 VIP 리스트를 꾸리는 등 특혜 채용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초점은 이 행장이 이와 같은 채용비리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한편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추천위원회는 근시일 내에 후임 은행장 선임시기와 절차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현재 시선은 벌써부터 ‘차기 행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이 1998년 합쳐져 한빛은행이 됐고, 한빛은행이 2001년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한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상업은행, 한일은행, 한빛은행의 3개 파벌이 조직 내부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많다.
상업은행 출신의 이광구 행장이 오랫동안 연임했고 마무리 또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차기 행장은 한일은행 라인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의 입김이 ‘민영화 우리은행’의 인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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