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강우영 상무에 "이건희가 삼성그룹 회장님은 맞냐?" 질문
강 상무 "미르재단, 공익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출연 결심"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미르재단' 출연과 관련, 이건희 회장에 대한 질문으로 시간을 할애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3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12호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강우영 삼성물산 상무가 증인으로 출석, 미르재단 출연과 관련한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특검은 미래재단과는 관계가 없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질문으로 증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은 미래전략실에 근무한 바 있는 강 상무에게 "이건희 회장은 전략기획실이나 미전실 운영에 전혀 관여 안할 것으로 아느냐, 아니면 관여했는데 구체적인 것을 모르냐"고 물었다. 이에 강 상무는 "어떻게 하셨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특검은 "미전실 창설, 조직 변경 등 이런 문제들은 그룹 총수였던 이건희 회장이 결정한 건 맞냐"고 질문했고 강 상무는 "실무 간부였기 때문에 그런 내용은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특검은 "2008년 특검 수사 받고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았고 그로 인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가 2009년 12월 경 특별 사면 됐고, 2010년 3월 경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게 맞냐"고 물었다.

강 상무가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하자 특검은 "시기는 기억 못해도 그랬던 일이 있던 건 맞냐"고 다시 질문했다. 이에 강 상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은 "하하" 웃으며 "2000년 경 폐암 수술 받았고 지속적으로 치료 받는 등 2004년 5월 경 건강이 악화된 이전부터 건강이 안 좋았던 것 맞냐"고 재차 물었다. 강 상무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증인의 단호한 대답에 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님은 맞냐"고 묻자 강 상무는 "맞다고 알고 있다"고 했고, 특검은 "그건 아느냐"고 했다. 이에 증인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강우영 상무 "미르재단, 공익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출연 결심"

특검은 강 상무에게 "미르재단 출연이 어떤 측면에서 삼성물산에 이익이 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토했고, 어떤 자료를 받고, 결과는 어땠고, 결과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보고했거나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거나 그런 일이 있는지 설명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강 상무는 "그렇게 구체적으로는 안 봤다"며 "문화교류 활발하게 한다는 측면, 중국과 문화교류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삼성물산은 중국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특검은 "중국과 문화 교류하는 것은 다른 기업에서도 많이 한다"며 "중국과 문화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모든 활동들이 전부 다 삼성물산 이익과 관련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강 상무는 "그렇게 확대해석은 어렵다"며 "재단의 설립취지나 하는 일 정도를 파악해서 했던 것이고 (미르재단의 경우) 정부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믿고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 서초동 삼성 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은 또 "어떻게 이익이 난다고 판단했냐"고 다시 물었다. 강 상무는 "단지 취지가 좋고 정부가 하는 사업이고 국내에 웬만한 대기업이 다 출연한다고 해서 믿고 출연을 했다"고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이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 결정에 시간 많이 들지 않는 이유는 미르재단이 정부가 주관하고 전경련이 주관한다고 해서 별도의 공익성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냐"고 물었다.

강 상무는 "기업 입장에서는 전경련이 주관하는 재단이라면 당연히 공익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삼성물산, 사정 안 좋았지만 15억원 출연 못할 정도는 아냐

변호인단은 또 "미르재단 출연이 삼성물산의 이익과 어떻게 관련이 있냐"고 물었고 강 상무는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 국내 사업이 많은 물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15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하던 당시 삼성물산 사업 약해지는 때이지 않았냐"고 묻자 강 상무는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15억원을 부담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특검이 미르재단 홍보에 대해 질문한 것과 관련, 변호인단은 "사회공헌활동이 삼성물산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라면 홍보를 했을텐데 여러 계열사 중 15억원 일부 출연한 것 가지고 삼성물산이 출연했다고 내세울만한 사안은 아니었냐"고 물었다.

강 상무는 "그렇다"며 "개별적으로 참여한 기업들이 홍보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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