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오늘은 지진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학생들이 담대한 마음으로 수능시험을 치렀으면 좋겠다."
경북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권모(25)씨는 23일 "지진으로 포항을 비롯한 경북 지역 학생들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진행된 이날 포항지역 시험장에서는 수능과 지진이라는 이중의 부담감을 짊어진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포항고·포항 장성고·대동고·포항여고 등 4개 시험장에 배치됐던 수험생 2000여명은 포항제철중·오천고·포항 포은중·포항 이동중에서 시험을 치르게됐지만, 불과 1주일 전 규모 5.4 지진을 비롯한 수십차례의 지진을 경험한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오전 8시가 넘어가자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을 체크하는 교사·수험생을 늦지 않게 들여보내려는 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수험표를 챙기고 '파이팅'을 외치며 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포항 지역 시험장 앞에서는 자신의 자녀·동생·친구·선배·제자를 응원하는 문구 뿐만 아니라 '우리'·'포항' 등의 단어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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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진 포항 오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2교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사진=SBS 뉴스 캡처 |
시험이 시작되고 일부 학부모 등은 자녀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자리를 지켰으며, 1교시(국어)가 끝날 무렵부터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교시(수학) 시험이 진행중인 오전 11시경 포항 이동중에서 1초간 정전이 발생했으나,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은 점심시간을 활용에 해당 학교의 전기배선 등을 긴급점검했다.
또한 오전 11시36분경 포항 북구 북쪽 9km 지점에서 규모 1.7 지진이 발생, 일부 주민들이 신고했으나 시험이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북도 수능상황본부는 이에 대해 "2개 시험장에서 약간의 진도가 감지됐으나 작은 규모의 지진이라 시험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등 관계자들은 오후에는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험이 끝날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된 수험행 비상 수송용 버스 244대는 시험이 끝나기 전 철수했다.
한편 이날 경북도 수능상황본부는 포항 지역 12개 시험장에 소방관 4명·경찰관 2명·건축구조 기술자 2명·전문 상담사 1명·의사 1명·수송 담당자 3명 등 13명씩을 배치했으며, 감독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지진계도 설치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류희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관리본부장 등은 포항교육지원청에서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비상대기했으며,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을 비롯한 기상청 직원들도 비상근무를 진행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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