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박정희 동상' 심의 앞두고 "지도자 평가 관습 정립 안돼 개탄"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박정희의 과가 없었다면 공이 나올 수가 없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 과오이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상 건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와 우표 발행 등 최근 불거진 '전직대통령 예우' 논란과 관련해 좌승희(70)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로와 과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을 서울에 세운다면 동상을 세우지 않을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이념 지형에만 매몰되어 전직대통령이 자기 편이야 아니냐로 취급해선 안된다. 이건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좌승희 이사장은 "전직대통령 예우는 김대중 김영삼 등 다른 전직대통령들도 마찬가지"라며 "한 인간을 판단할 때 단점 없는 완전무결한 장점이 없는 것처럼 나라를 일으키는데 기여했다면 그 자체로 잘했다고 하면 되고, 민주화 대통령이라고 다 잘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들을 '민주화 대통령'으로 추켜세우고 설명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16 및 유신체제의 공과(功過)에 대해서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나라에서 지도자를 평가하는 관점과 관습이 정립되어있지 않은 점을 개탄했다.

"후세대 일각에서 '5.16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이라고 가정하면 남아있을 성과가 없다. 과가 없었다면 공이 나올 수 없다. 중차대한 상황에서 유신을 통해 안보를 지켜냈고 중화학공업을 성공해내어 산업화를 완결했다. 박정희를 이분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려움 혹은 때로는 '과'라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까지 만들어냈구나 하면서 있는 걸 그대로 봐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분해해서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 한 인간은 화학물질이 아니다."

또한 좌 이사장은 지난 1년간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로이 부각된 학술적 의미로 '유신에 대한 재해석'이 다수 나왔다고 밝혔다.

좌 이사장은 "1년 전만 해도 박정희 세미나에서 많은 학자들이 유신을 장기집권욕으로 해석했었으나 새로운 해석들은 장기집권의 관성이 아니라 산업화를 완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김대중 등 당시 야당 지도자들이 말하는 바는 박정희가 걸어갔던 산업혁명의 비전과 정반대였고 잘못하면 한국이 농경사회로 돌아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사진은 2016년 11월2일 열린 박정희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좌승희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이 사업내역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이어 그는 "호주국립대 김형하 교수 및 서울대 이영훈 명예교수 등의 주장과 같이 유신은 민주-반민주 차원의 정치적 관점을 벗어나, 당시 국방력 강화를 위한 방위산업 육성과 산업혁명 완결을 위한 중화학 공업화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들이 크게 재조명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좌 이사장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1년간 이를 둘러쌌던 사회 분위기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성과에 대해 안타까움과 만족감을 함께 드러냈다.

그는 "애초에 재단이 기획했던 것 모두 시행했고 정치적 상황 때문에 포기한 게 없었으나 언론에서 잘 보도되지 않아 국민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규모와 내용이 훌륭했던 산업화 학술토론회와 박정희강좌, 시낭송회 등에 대해 언론에서 거의 보도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좌 이사장은 "정치사회적 여건의 변화로 어려움은 있었지만 우리는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고 재단 나름대로 흡족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지난 13일 재단에서 기증식을 하면서 불거진 '박정희 동상 건립' 논란과 관련해, 좌 이사장은 "행정절차 문제이기에 가능한한 법률적 절차를 밟아 승인 받으려고 애쓰겠다"며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의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좌 이사장은 이에 대해 "전직대통령 명예에 관한 법에 의해 만들어진 기념관에는 그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여러 시설을 내외부에 할 수 있다"며 "이는 박정희 대통령 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최고지도자를 어떻게 예우하고 그분들의 장점과 잘한 일을 후대에 전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것이냐'는 모든 사람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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