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와 린드블럼의 결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선수는 구단이 재계약 불발의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기 위해 딸의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폭로했고, 롯데 구단은 그런 일 없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산은 11일 오후 롯데에서 3년간 뛰었던 조쉬 린드블럼과 14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7년 동안 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더스틴 니퍼트와 결별하는 대신 린드블럼을 영입했다. 고액 연봉자인 니퍼트의 나이가 내년이면 만 37세가 되고 구위도 떨어져 대안으로 린드블럼을 선택했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린드블럼과 재계약을 원하며 협상을 벌였지만 금액 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올해 중반 린드블럼이 롯데로 복귀하면서 11월 말까지 재계약하지 못하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켜 자유로운 신분이 되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롯데가 이를 받아들였으니 린드블럼의 두산 이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린드블럼은 자신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두산과 계약을 했다.

그런데 두산과 계약이 발표된 이날 오전, 린드블럼은 자신의 SNS에 롯데와 협상 과정에서 서운했던 점을 밝히는 폭로성 글을 게재했다. 린드블럼이 이 글을 통해 주장한 내용은 "롯데가 딸 먼로의 건강 문제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린드블럼은 지난 2015~2016시즌 롯데에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며 좋은 성적을 냈고 롯데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지난해 시즌 후 롯데는 재계약을 원했지만 린드블럼은 딸의 건강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고 피츠버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올 시즌 잠깐 메이저리그로 콜업되기도 했던 린드블럼은 롯데가 외국인투수 애디튼의 부진으로 교체 필요성이 생기자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복귀했다. 7월 롯데로 복귀한 린드블럼은 팀의 후반기 반등과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롯데 구단과 린드블럼은 재계약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결별했다. 롯데는 린드블럼을 대체할 새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선수와 구단의 계약 문제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린드블럼이 SNS 글을 통해 "(롯데와 올 시즌 중 계약 시 11월까지 재계약하지 못할 경우 보류선수 명단 제외를 요구한 것은) 딸의 건강 문제나 돈 문제 하고는 무관하다. 오랜 기간 정직하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롯데 구단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구단의 처사를 견뎌야했지만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됐다"면서 롯데 구단이 불합리한 처사를 해온 것처럼 주장했다.

또 린드블럼은 "롯데 구단은 진정으로 협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언론에 제 딸 먼로의 건강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 때문에 제가 롯데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핑계를 여러 번 암시했다. 이는 정도를 지나쳤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롯데 구단은 단 한 번도 저에게 먼로의 건강상태를 물어본 적이 없다"고 서운했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 측은 "계약 과정에서 우리가 린드블럼의 딸과 관련된 부분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당연히 언론에 언급한 적도 없다"고 린드블럼의 딸 건강과 관련한 언론플레이 주장을 반박했다. 팀에서 린드블럼이 필요해 계약 협상을 진행했는데 어떻게 딸 건강과 관련한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 롯데 측의 입장이다.

린드블럼은 이미 두산과 계약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왜 전 소속팀 롯데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았을까. 유니폼을 바꿔 입긴 했지만 계속해서 KBO리그에서 뛰면서 롯데를 상대로 등판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텐데 적대시하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폭로성 글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린드블럼이 롯데에서 생활하면서 무언가 쌓인 불만이 많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어차피 팀과 결별했으니 그동안 가슴 속에 쌓아뒀던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감정 표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린드블럼은 롯데 구단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물론 린드블럼의 이런 주장에 대해 롯데 구단은 그런 적이 없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하나, 린드블럼은 SNS 글에 '롯데 자이언츠 팬 여러분들께'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글 내용도 영문과 함께 번역된 한글을 나란히 올렸다. 린드블럼은 롯데 시절 '린동원'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번에 롯데와 결별 소식이 알려지자 롯데 팬들의 서운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린드블럼은 "팬 여러분들이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편지를 쓴다"고 했다. 즉, 롯데와 협상 실패의 책임이 자신이 아닌 롯데 구단 쪽에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팬들에게 일종의 여론전을 편 것 아니냐는 추측 또한 가능하다.

어찌 됐건 린드블럼이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과정에서 롯데나 린드블럼은 감정의 앙금을 남기게 됐다. 내년 시즌 롯데 경기에 린드블럼이 등판하면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