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일전에서 참패한 일본이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팀 감독 감독 경질설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할릴호지치 감독은 비판 목소리를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지난 16일 열린 2017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4-1로 대파했다. 한국은 2승1무로 우승을 차지했고, 2연승을 달리다 한국에 참패한 일본은 안방에서 우승을 놓쳤다.

이 경기 후 일본 언론과 축구팬들은 대표팀과 할릴호지치 감독을 향해 비난의 십중포화를 퍼부었다. 라이벌 한국에 세 골 차로 대패한데다, 너무나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 일본축구대표팀 할릴호지치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전 패배 후 할릴호지치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이 일본보다 한 수 위였다. 힘과 운영, 기술, 순발력 등 모든 것이 놀라웠으며 아주 높은 수준을 보여 줬다"고 한국대표팀을 추켜세우는 발언을 했다.

감독의 이 발언이 알려진 후 일본 언론, 축구팬, 지도자, 전문가들은 할릴호지치가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본축구가 한국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감독이 자인한 셈인데, 그런 대표팀을 이끌고 어떻게 월드컵 본선에 나가서 강팀들과 상대하겠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많은 축구팬들은 이런 감독에게 월드컵을 맡길 수 없다며 할릴호지치 경질도 요구했다.

한일전 이틀이 지난 후 할릴호지치 감독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18일 도쿄에서 열린 2018년 일본 각급 축구대표팀의 활동 계획과 일정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할릴호지치 감독은 처음에는 "토요일(한일전이 열린 날) 잠을 못잤다"며 스스로 한일전 패배의 충격에 빠져 의기소침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점점 목소리가 커졌고, 자신에 대한 비난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의욕적으로 계속하겠다"는 말로 경질 요구를 일축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많은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고 들었다. 이전 동료로서 함께 대표팀 지도자를 했던 사람조차 비판을 했다고 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더욱 의욕적으로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한국전 참패 직후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은 "경기에 지는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선수들이 상대에게 달려들어 만회하려고 했는가, 일본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가"라고 대표팀을 질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동석한 다시마 회장은 "감독을 지지하며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런 다시마 회장의 지지 발언에 고무된 듯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보다 좋은 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도전적인 말을 하면서 "월드컵이 끝났을 때 일본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경기를 할 것"이라고 월드컵 본선에서의 선전을 장담하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이런 자신감조차 못 미더워하는 것이 일본의 현재 분위기다. 물론 그것은 한일전 참패 후유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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