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종교계는 21일 종교활동비 내역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게 한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일방적인 발표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신교 단체들과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번 시행령 수정은 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개신교 단체들이 만든 한국교회 공동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이날 "종교활동비는 종교 공금이자 종교의 순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이라며 "이 내역을 신고하게 될 경우 종교활동이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교인의 개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다 동의한 부분이지만, 종교활동비는 개인 소득으로 볼 수 없는 필요 경비"라며 "종교활동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개신교계는 시행령이 향후 종교활동비에 대한 세무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신교계 한 관계자는 "목회자가 특성상 활동하게 되는 활동양식을 세밀하게 나눠 과세대상으로 삼는 방식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종교활동이 통제, 감시 받으며 위축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위헌성 측면에서도 확실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행위가 과세대상이라면 CCTV로 24시간 감시하는 것과 같다"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해치는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목회자는)국민이 납부해야 하는 의무 차원에서의 납세는 이미 하고 있다"며 "소득세법 개정안에 그 정도 차원에서 명시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목회자의 목회 활동에서 필요한 주요 활동 등 전 활동 영역을 구체적으로 과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식은 해외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주요 교계 인사들과 비공식 협의회를 통해 종교인 과세안 수정을 재차 통보했다. 수정안은 종교인 통장에 포함된 종교활동비는 향후 종합소득을 신고할 때 비과세 항목란에 전체 액수를 별도로 표기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은 우리 종단과 출가수행자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계종은 "참선수행과 기도수행, 염불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구하는 스님들에게 사찰에서 지원하는 수행지원과 관련된 비용은 '소득'이 아니며 '종교활동'도 아닌 그 자체가 우리 종단의 존립기반인 승단을 유지하는 기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조세정책이 출가한 승려로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본교육과 법계·수계교육을 위해 지원하는 비용까지도 소득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은 이어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약 10여일 앞둔 시점에 구체적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입법예고 내용은 조세정책 집행의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정책의 편향성을 보여준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 논의 과정에서 천주교의 입장은 일관되게 국법에 따라 납세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개인에게 지급된 종교활동비는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그 내역은 반드시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라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종교단체는 종교인 개인별 소득명세를 1년에 한 번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 종교활동비도 포함하도록 했다.
한국교회 교단장회의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개월 동안 정부가 교계와 겨우 합의하고 국회 논의까지 거친 내용을 시행 며칠 전 갑자기 바꿔 종교인들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22일 차관회의에 상정하고 이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최종안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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