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정작 달라진 건 없어…진짜 적폐는 고질적 안전불감증
얼마 전 경남 창원터널 앞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있었다. 5t 화물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되었고, 운송중이던 196개의 기름통에 불이 붙으며 폭발했다. 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참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경찰과 언론이 이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 트럭 운전사 윤 모(76) 씨가 화물운송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격증은 화물을 운송하는 운전사는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것이다. 인지능력 검사와 필기시험을 통해 화물 운송에 필수적인 기술과 지식을 겸비하고 있는지 당국에 검증을 받고 나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데 윤 씨는 2006년 운수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 자격증이 없었다. 2011년도에 자격증을 따려고 네 번에 걸쳐 시험을 봤으나 다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물류회사는 자격증 소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매달 관리비를 받고서 사업용 번호판을 빌려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 씨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46번의 교통 사고를 냈다. 불과 2년 전에는 이번 사고 차량과 똑같은 5t 트럭을 몰다 사고를 내서 차량을 전소시키기도 했다.

화물차에 실려있던 196개의 기름통은 덮개가 없었고, 줄로 묶여 제대로 고정되어있지도 않았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윤 씨와 화주 회사 측이 위험물인 기름통을 과적해 실었다는 걸 확인했고,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 지난 21일 오전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 측은 차량 결함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이번 사고는 복합적 원인에 의한 인재라고 봐야 한다. 자격증도 없는 고령의 운전자가 위험물을 과적하고 안전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운송을 했다. 이미 46번의 교통사고를 냈고, 사고 차량과 똑같은 5t 트럭을 몰다 차량을 전소시키기도 했는데 사측은 여전히 일을 내줬다. 그렇게 운전자는 아무 문제 없이 위험 화물을 운반해왔다.

벌써 3년 반 전, 2014년 4월 16일에 침몰했던 세월호가 딱 그랬다. 해운사는 이익을 위해 불법 증개축을 하고, 과적을 했다. 운항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선원들은 늘 그랬듯 안전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백 수천 번을 운항했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참사가.

도대체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던 그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 갔나? 우리 사회는 세월호로부터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단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운전자와 사측. 엄연한 규제와 관리 체계가 있는데도 이는 업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고, 사측에서도, 당국에서도 안전의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나서서 확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격증 시험에 네 번이나 떨어지고, 자격증 없이 운송을 해온 고령의 운전자. 46번의 교통사고. 5t 트럭 운전중 사고를 내서 전소시켰던 경력. 덮개도 없고, 고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과적된 196개의 기름통들. … 사고 위험성을 암시하는 여러 징후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운전자도, 사측도, 당국도 늘 그랬듯 이번에도 별 일 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에 젖어 아무 경계심 없이 일상을 반복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이 트럭의 자체 결함이었든 운전자의 실수였든 간에, 이런 사고는 언젠가 터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어린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모두가 말했다. 잊지 않겠노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노라고. 돌이켜보면 참 공허한 외침이었다. 세월호 이후에 우리의 안전의식이 뭐가 바뀌었나? 대통령 탄핵하고 나니 이제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우리가 정말 세월호를 통해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이런 적폐들부터 뜯어고쳤어야 했다. 정해진 원칙과 규제에 따라, 지금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문제요소들을 철저히 찾아내 바로잡았어야 했다. 말로만 안전한 나라를 원한다고 떠들어대는 게 아니라, '대충대충', '빨리빨리', '늘 그랬듯 이번에도 괜찮겠지'라는 사고에 젖어있는 우리 일상과 현장의 안전의식 수준부터 돌아봤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세월호는 정치 문제로 변질되었고, 우리 모두가 만든 사고였던 세월호는 특정 세력의 책임으로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모두가 대통령을 비난했고, 우리는 바뀌지 않았다. 이러니 대통령이 탄핵되니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만 같다.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다. 세월호 이후에도 해운 현장의 안전의식 미비는 여전하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고 있다. 해운 현장만 아니라 이번 트럭 사고의 경우에도, 나아가 산업 현장 여러 분야에서도,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

모두가 세월호의 교훈을 잊어버린 거다. 아니, 사실은 관심도 없었던 거다. 세월호 참사의 진짜 원인이 뭔지 고민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정치적 분노를 배설하는 것에만 몰두했다. 잊지 않겠다는 공허한 말 속에서 모두가 세월호의 본질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제 2의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두 달 전 창원터널 사건 때 썼던 글. 인천 낚싯배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수많은 이들이 떠나간 이 연말에, 안전한 나라를 외치던 사람들이 정치 싸움 말고 도대체 한 게 뭐가 있나 다시 한 번 고민해본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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