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기업 살리기 나서는데 한국만 기업 죽이기에 열 올려
아프리카에 한 왕이 있었다. 그는 어린 왕자에게 밀림의 모든 것을 가르치고 싶었다. 어린 왕자는 정글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사자의 포효 소리와 코끼리의 울부짖는 소리를 분간 할 수 있었다.

정글을 찾는 횟수가 늘면서 어린 왕자가 분간할 수 있는 소리도 점차 많아졌다. 영양이 뛰는 소리, 기린이 지나가는 소리는 물론 맹독을 지닌 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어느덧 나비의 날개짓 소리까지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왕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어린 왕자를 계속 정글에 보내 교육을 시켰다. 정글의 적막 속에서 위험을 감지할 수 있고, 일출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의 소리', '보이지 않는 위험의 감지' '변하지 않는 것 같은 세상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는 게 왕의 생각이었다.

거대한 추세를 알아보고, 갈림길에서 정확한 방향을 적시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질이야말로 시대의 리더들이 꼭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흐름을 읽지 못하는 리더와 그런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어떻게 될까.

언론들은 연말이 되면 국내 10대 뉴스, 국제 10대 뉴스 등을 선정한다. 국제적인 흐름 가운데 하나가 남미에서 '핑크 타이드(Pink Tides, 좌파)'의 퇴조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등에서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이다'를 앞세운 우파들이 집권한 가운데, 올해는 칠레의 기업인 출신인 세바스티인 피녜라 전 칠레대통령이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온두라스에서도 기업인 출신으로 우파 성향인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 전 세계가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데 한국 정부는 기업들이 싫어하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규제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포퓰리즘 좌파'의 성격이 강한 정책들이다. 기업들의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국정 최우선'이라고 하니 그 결과물은 어떻게 될까. /사진=청와대 제공

반면 한국의 일부 방송과 언론이 10여년 전 '신자유주의의 대안'이라고 불렀던 베네수엘라는 비참한 상황에 놓였다.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량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는 사실상 디폴트(파산) 상태에 달했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부터 그 후계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까지 '무상교육 무상의료 반값 생필품'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는데, 지금 결과는 국민의 80%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세계적 흐름에 눈이 먼 리더 때문에 나라 꼴이 엉망이 됐다.

한국은 과연 어떨까. 원전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표방한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은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축소로 돌아섰는데, 한국은 100조원(원전이면 25조원 가량)이상이나 든다는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다.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은 공무원을 줄이고 민간 역할을 늘린다는 게 한국 정부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가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데 한국 정부는 기업들이 싫어하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규제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포퓰리즘 좌파'의 성격이 강한 정책들이다. 기업들의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국정 최우선'이라고 하니 그 결과물은 어떻게 될까.

격화소양(隔靴搔痒)이란 한자어가 있다. 신발을 신은 채 발바닥을 긁는다는 의미로  각주구검(刻舟求劍, 물속에 빠뜨린 칼을 찾을 속셈으로 빠뜨린 자리를 뱃전에 표시해 두었다는 고사)과 비슷하다. 말이 되지 않을 정도도 우리가 하는 행동이 효과가 없거나 어리숙한 모습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격화소양 성격의 정책'을 잔뜩 펼쳐놓고 '왜 성과가 나지 않는가?'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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