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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기업정서'에 매몰된 특검…법치는 어디에
특검, '국정농단' 수사 아닌 '재벌 때려잡기'에 혈안
'반기업'에 기인한 오만한 행태…'흑 역사' 기억해야
조우현 기자
2017-12-31 10:41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총수 부재를 이유로 한 '삼성위기론'이나 특검 수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여러 가지 시도에도 대처해야 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날 박 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며 '엄벌 필요성' 등 자신들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했다.


국정농단 수사의 책임자인 박 검사는 국정농단 주범인 최서원의 재판에는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피해자인 이 부회장의 재판에는 원심·항소심 포함 4번이나 직접 출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조우현 산업부 기자
'국정농단의혹사건수사특별검사팀'의 이 같은 행보는 이들의 목적이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가 아닌 '재벌 때려잡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는 안중에 없고 '적폐청산'이라는 그릇된 복수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박 검사는 총수 부재에 따른 '삼성 위기론'을 근거 없는 비판이라 규정짓고,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또 "이 법정은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기 위한 자리"라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반기업정서'에 기인한 오만한 발언이다.


재판 초기부터 특검은 "이 사건은 정경유착의 전형이자 국정농단 사태의 본체이고, (이 부회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이야말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국정농단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에서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은 '정경유착'이 아닌 최서원, 그리고 그의 주변인이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과 사업에 관여하고,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설립해 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강요한 것에 있다.


이는 특검의 탄생 근거인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정확히 명시돼 있다. 해당 법안은 '국정농단'의 중심에 최서원이 있다고 했지, 이 부회장을 수사하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 부회장을 국정농단의 주범이라 규정하고 몰아붙였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았다. 말로는 '법에 따른 처사'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법치는커녕 일방적 추측만 존재했다. 


이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특검은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도 전에 사건의 성격을 먼저 규정하고, 단편적인 정황사정들을 모으고, 그래도 모자란 부분은 잘못된 선입견에 근거한 일방적 추측으로 채워 넣었다"며 "여기서부터 사건의 실체가 왜곡됐다"고 토로했다.


변호인단은 "의혹 제기는 한 줄 문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의혹을 해소하려면 수십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며 "의혹을 반박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진실로 믿고 있었다"고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는 나치의 국민계몽 선전부 장관을 역임한 파울 괴벨스의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의 선전·선동론에 명시된 어록이기도 하다. 실제로 특검의 언론플레이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부회장을 범죄자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덤덤했다. 그는 특검의 주장에 반박하면서도 "모든 게 다 내 불찰"이라며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내가 다 지겠다"고 말했다. 이병철 창업주의 손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 아닌 기업인 이재용으로 평가받고 싶다고도 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특검의 '흑역사(黑歷史)'도 훗날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을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 될 테니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특검의 오만함을, 대한민국의 법치가 흔들린 이 사상 초유의 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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