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안보위기 최고조·암울한 경제…한미일 협력 그 어느 때보다 중요
2018년 황금개띠 해로 불리는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비슷하다.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과 오는 해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감이다. 

그 바람과 기대감이 마음처럼 가볍지 않다. 남겨진 숙제가, 그리고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2017년 아픈 과거는 그저 사라지는 과거가 아니기에. 이문재 시인의 '소금창고'라는 시에 등장하는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라는 문구가  유독 가슴을 울린다. 

지난해 해결하지 못한 나라와 국민 모두의 운명이 걸린 난제들이 즐비하다. 모두가 녹록치 않는 과제들이다. 지난 정유년(丁酉年) 한 해는 대한민국을 뿌리째 뒤흔든 해였다. 상투어처럼 등장하는 다사다난이란 말 자체가 무색하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이 파면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이게 나라냐"는 분노의 촛불로 타올랐다.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채 온 나라는 갈등과 분열의 극심한 혼란상을 보였다. 결국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임기를 351일 남겨둔 현직 대통령의 첫 파면이었다. 

   
▲ 2018년 무술년 '황금 개의 해'는 모든 아픔을 날려 버리고 희망만을 부여잡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3월 말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장미 대선'으로 이어졌다. 5월 9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5월 10일 취임식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는 협치와 소통, 탕평 인사를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을 넘기면서 새해를 맞았다. 변화와 희망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은 점차 우려의 목소리로 변하고 있다. 최장 지각 기록을 세우면 출범한 내각 인사의 면면은 논문 표절, 투기 의혹 등 도덕성에 흠집을 내며 옷 만 바꿔 입은 또 다른 기득권이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통합과 소통, 협치는 엇박자를 냈다. 탕평 인사는 '캠코더(캠프 출신·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현 정부의 입맛과 다르면 모두가 적폐 대상이 되는 독선이 시작됐다. 검찰의 서슬퍼런 칼날이 과거 보수정권을 겨냥했다. 국정원과 국세청·법무부·통일부·외교부·교육부 등 전 정권에 몸담았던 고위직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야당은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정치 보복'라며 목소리 높였다. 협치는 물 건너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내 몬 뇌관이 됐던 세월호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새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국정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제2, 제 3의 세월호의 비극은 이어지고 있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세월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안전불감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포항 지진,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 이대목동병원 미숙아 집단 사망, 잇단 타워크레인 붕괴 등 대형 사고가 꼬리를 물었다.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았고 안전 의식은 제자리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드는 등 요란스럽게 출발했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무원 증원, 통상 임금 등 모든 정책이 반기업적이다. 법인세 인하라는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하고 있다. 

정책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포용적 분배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적 초일류기술을 인정받은 미래 먹거리 원자력을 죄악시하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불확실성 높은 친환경에너지 확대 정책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성패를 예측하기 힘든 실험적 정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의 삶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자칫 게도 구럭도 놓치고 국민 짐만 지우는 것이 아니지 성찰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의 말뿐인 소통·협치·탕평은 지난 7개월여 간의 불통으로 충분하다. 안전한 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일자리가 넘쳐나는 나라를, 안보가 튼튼한 나라를 생각할 때다. 문재인 정부의 숙제다. /사진=청와대 제공

최저임금, 비정규직 제로, 공무원 증원 등은 한 번 시행되면 돌이키기 힘든 정책이므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기업의 부담이 요구되고 국민의 세금이 장기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일자리는 줄고 국민 부담만 늘리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주거·의료 등 국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포퓰리즘 정책도 경계해야 한다. 베네수엘라가 그에 대한 답을 내 놓고 있다.  

이제 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1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 일성은 미국 우선주의다. 한미FTA 재협상과 보호무역주의의 파장이 올해엔 현실로 다가온다.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트럼프 정책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그림자는 녹록치 않다.

중국은 시진핑은 그야말로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에도 사드보복카드는 현재진행형이다. 한한령과 여행제한 조치, 롯데제품 불매는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 측의 사드봉합 주장은 희망사항일 뿐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화약고다.

일본과는 한·일위안부 합의 문제를 들춰내면서 얼어붙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내년 봄쯤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도발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미일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은 자꾸만 어긋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핵폭주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은 선제타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커지고 일본과의 외교관계는 냉랭해지고 있다. 자칫 고립무원이 될 위기다. 무엇이 대한민국 안보와 체제수호에 진정 도움이 되는 길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이 필요한 때다.  

2018 황끔개띠 해 무술년은 대한민국 운명이 달린 한 해다. 적폐청산에 빠져 과거로의 여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험적 경제정책보다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세금으로 늘리는 공공일자리보다는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 반기업정서를 걷어내야 한다.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촛불은 이제 청구서를 끝내야 한다. 촛불을 들지 않았던 국민과 함께 동행하고 상생해야 한다. 말뿐인 소통·협치·탕평은 지난 7개월여 간의 불통으로 충분하다. 안전한 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일자리가 넘쳐나는 나라를, 안보가 튼튼한 나라를 생각할 때다. 문재인 정부의 숙제다.

2017년 정유년에 열린 판도라 상자는 온갖 해악만을 남겼다. 증오와 병, 질투 그 모든 것 맨 마지막에는 희망이다. 부디 2018년 무술년 '황금 개의 해'는 모든 아픔을 날려 버리고 희망만을 부여잡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