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난 연말 지상파TV 3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이 모두 성대하게 치러졌다. 각 분야에서 다양한 수상자들이 나왔지만 그래도 최대 관심사는 최고 영예인 '대상'을 누가 받는지였다.

먼저 시상식을 한 MBC에서는 김상중('역적')이 대상 트로피를 받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31일 동시에 열린 KBS와 SBS의 대상 수상자는 김영철('아버지가 이상해')과 천호진('황금빛 내 인생', 이상 KBS 공동수상), 그리고 지성('피고인' SBS)이었다.

모두 수상에 별로 이의가 없는, 중견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상 수상 무대에 섰다.

   
▲ 지상파 TV 3사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철, 천호진, 김상중, 지성. /사진=각 방송사 연기대상 방송 캡처


이번 방송 3사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아버지'를 연기해 큰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김상중은 극중 홍길동의 아버지로 나와 시대와 출신성분에 맞서 싸우는 명연기를 펼쳤다. 김영철과 천호진은 굴곡진 삶을 살면서도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상을 열연했다. 지성이 맡은 '피고인'에서의 역할은 일견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그렇게 온몸을 던진 것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로서의 고군분투였다.

1년 전, 2016년 대상 수상자는 확연히 달랐다. 송중기-송혜교(KBS '태양의 후예' 공동수상), 이종석(MBC 'W'), 한석규(SBS '낭만닥터 김사부')였다. 전쟁터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피워내고, 만화와 현실을 오가며 판타지적 사랑으로 심장을 달구고,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맞서 생명존중의 의술을 펼치는 연기에 수상의 영광이 주어졌다. 

그렇다면 2017년 지상파 3사 드라마는 왜 이렇게 모두 '아버지'로 대상 수상자를 낸 것일까.

드라마는 꿈을 좇기도 하고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크게 보면 현실적인 '아버지'에 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정을 지탱하는 두 축을 '모성애'와 '부성애'라고 볼 때, 2017년 대한민국은 적어도 드라마상에서는 '부성애' 쪽으로 더 치우쳤다.

예전 드라마에서 '모성애'가 강조되는 경우도 많았고 탁월한 '어머니' 연기로 대상을 거머쥔 연기자들도 많았다. 이어지는 궁금증. 그렇다면 지난해는 왜 '아버지'로 편향됐을까.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를 대입해 보자. 2017년 대한민국은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대변혁을 겪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한 국가의 가장은 대통령이며 가정으로 치면 아버지에 해당한다.(어머니가 가장인 가정도 많이 늘어났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

결과적으로 실패한 전 대통령이 사회에 던진 충격파 가운데 하나가 '부성애'로 대변되는 참다운 아버지상에 대한 갈증이 아니었을까. 책임있는 자세로 가정을 돌보고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상을 드라마에서라도 보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그런 아버지를 실감나게, 가슴에 와 닿도록 연기한 배우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준 것은 당연해 보인다.

새해가 밝았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은 알차게 신년 계획을 세워보고, 변함없이 바쁜 일상을 보낼 것이다. 저녁 시간이나 주말이면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면서 웃고 울며 하루동안, 일주일간 쌓인 피로도 풀고 가족, 친지들과 드라마 얘기를 화제에 올리고 그럴 것이다. 

2018년 드라마는 더욱 다양한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절절한 사랑 얘기로 청춘들의 뜨거운 심장을 대변하고, 사회적 성공과 실패나 야망을 담아 욕구를 대신 채워주고, 또 따뜻한 가족드라마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고.

어쨌든 2017년은 마무리됐고 새해가 시작됐다. 연기 대상을 받은 수상자들, 그리고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노래 한마디를 전한다. '아빠~ 힘내세요~'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