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 축구, 러시아 본선 무대는 위기일까 기회일까. 

러시아 월드컵은 오는 6월 14일(현지시간)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개월여 열전에 돌입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번 월드컵 목표는 조별 예선리그를 통과해 16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것이다. 앞선 대회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탈락의 아픔을 딛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대표팀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기본적인 목표는 당연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지만, 사실 한국대표팀의 이번 러시아 월드컵 전망은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본선행 티켓을 따내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던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이 실망스러웠던데다 지난해 12월 본선 조추첨 결과 강호들이 포진한 F조에 속했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으로 갑작스럽게 경질되고 신태용 감독이 최종 예선 두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신태용호는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모두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간신히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9회 연속 본선행을 이룬 한국 축구지만 위상은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본선 티켓 확보를 하자마자 히딩크 감독의 한국대표팀 복귀설이 불거졌고, 이와 관련한 축구협회의 일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축구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은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러시아, 모로코와 졸전 끝에 2-4, 1-3으로 내리 참패를 당해 더욱 많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조추첨 결과도 썩 반갑지 않았다. 한국은 2016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자 FIFA 랭킹 1위 독일, 북중미 강호 멕시코, 북유럽의 복병 스웨덴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현재 한국의 전력으로는 16강 희망은커녕 한 경기라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커졌다.

그렇다고 월드컵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마냥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한국 축구가 위기에 놓인 것은 분명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국대표팀에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라 월드컵의 해를 어느 정도 희망 속에 맞이할 수 있게 됐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호는 11월 국내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남미와 동유럽의 강호인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맞아 각각 2-1 승리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분위기 반등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한국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4-1로 대파하는 쾌거 속에 대회 우승을 차지해 사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제 착실하게 월드컵 본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때다.

한국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려면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치르는 조별리그에서 최소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객관적인 상대 전력에서 한국은 어느 팀과 맞붙더라도 열세인 것이 분명하다.

바로 이런 점이 오히려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은 16강 정도는 가능하기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만심은 독이 됐고, 한국은 러시아와 1-1로 비겼을 뿐 알제리(2-4패), 벨기에(0-1패)에 내리 져 1승도 못 건지고 씁쓸히 예선 탈락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한국이 처음부터 '도전자' 자세로 나서게 된다. 한국이 상대적 약팀이란 냉철한 인식 하에 상대별 맞춤 전략을 잘 준비해 나선다면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콜롬비아전, 일본전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신태용호다. 대표팀 공격의 핵 손흥민의 기량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확실한 구심점도 있다. 지고는 못사는 성격의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투지를 심어줄 것이고, 노련한 토니 그란데 코치 영입으로 대표팀의 전술 강화도 기대된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은 아니다. 한국이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쥐고 대회를 마무리하든, 곧바로 다음 월드컵(2022 카타르)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등장한다. 한국 축구의 침체기가 길어질 것인지,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볼 것인지, 대표팀이 러시아에서 하기에 달려 있다. 이왕이면 러시아가 한국 축구에 '약속의 땅'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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