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장이 발표한 2018년 신년사가 철저히 ‘금융소비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IB(투자은행) 같은 국책사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조짐이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2018년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각 기관들의 신년사도 잇따라 발표됐다. 정권교체 이후 첫 신년사인 만큼 그 내용을 자세히 톺아보면 그 안에 각 기관장들의 ‘내심’이 보인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은 지난 주 발표한 2018년 신년사에서 코스닥 시장 혁신기업 활성화,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선진화된 지배구조 개선 등을 강조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작년까지만 해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수장들은 핀테크 활성화, 금융권 구조조정, 초대형IB 등의 금융 ‘선진화’에 신년사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해의 신년사 테마는 사뭇 달라졌다.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 지배구조 개편, 코스닥 활성화 등 금융소비자 중심의 서민금융에 강조점을 두는 모습이다.

가장 극명한 변화를 보인 것은 금융위원장의 신년사다. 작년 신년사에서 임종룡 위원장이 강조했던 초대형IB는 금년 신년사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코스닥 시장 혁신기업 활성화,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선진화된 지배구조 개선 등의 테마가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과 맞물려 당국의 포커스도 변화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금융사 영업행위 감독 검사 기능 강화, 금융사 건전성 재고 등의 내용으로 신년사 내용을 채웠다. 금감원은 작년 말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개선 권고안’까지 발표한 터라 비슷한 방향으로 ‘쾌속질주’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1년 만에 표변한 분위기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국책사업으로 손꼽히던 초대형IB가 언급조차 안 될 줄은 몰랐다”면서 “최근 금융회사들은 당국에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소비자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초대형IB 사업이 예상보다 천천히 추진된다면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간극을 메울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당국의 칼날이 중소형사보다는 대형사를 먼저 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심 싫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최근의 변화상을 관찰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세계경기가 좋고 국내외 증시가 기록적인 랠리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 ‘경제정의’를 강조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라면서도 “소비자 중심의 정책을 너무 강조하면 오히려 기업들의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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