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강규형 교수 "내가 겪은 방송장악 드라마…봉숭아 학당 능가"
현 정권 출범후 방송사 이사 겨냥한 신종 수법…감사원 방통위 모두 권력에 맹종
편집국 기자
2018-01-06 09:48

   
강규형 명지대 교수
권력을 장악하면 방송을 장악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런 것을 안 하겠다고 공언을 해놓고 오히려 과거보다 더 극렬하게 방송장악을 추구했다. 이런 의도는 소위 민주당의 "방송장악문건"이 공개되면서 그 추악한 모습을 완연히 드러냈다. 이 문건이 공개된 이후 정부의 방송장악이 시쳇말로 "폼나게"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스타일 구기면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이 '과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문건의 시나리오 그대로 해치우는 뻔뻔함도 보였다.


이런 과정에서 신종 수법이 사용됐다. 힘들게 사장·이사장을 갈아치우는 것보다 방문진(MBC)과 KBS의 이사 두 명만 겁박해서 끌어내리면 손쉽게 이사장도 갈고 사장도 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끌어내리는 이사들은 주로 교수들을 선택했다. 학교에 재직하기에 괴롭히고 공격하기 쉬운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또는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도 역시 괴롭히기 쉬운 상대이기에 그다음 상대로 택하고 괴롭혔다.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야비한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 이후의 스토리는 간략히 요약하자면, 학교로 수시로 쳐들어오고 학교를 겁박하고, 회사로 몰려가고, 또는 교회로까지 몰려가서 난동을 피웠다. 권력이 뒤에 든든히 뒷받침하기에 거칠 것도 없었다. 결국은 방문진에서 두 분, KBS에서 한 분의 이사가 엄청난 괴롭힘을 당한 끝에 자진사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KBS의 경우 주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은 김경민 교수, 이원일 변호사, 그리고 필자였다. 그런데 이 세 명은 공교롭게도 전국언론노조에서 자기 멋대로 발표한 소위 "언론부역자"명단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의 KBS지부(자신들은 "KBS본부노조"라 부르고 회사에서는 주로 "2노조"라고 부른다. 위원장은 성재호, 부위원장은 오태훈)는 자기들이 발표한 명단과는 달리 괴롭히기 쉬운 사람을 주 공격목표로 삼는 자기모순을 범했고, 이 사실로 인해 이사 퇴진운동은 처음부터 자기들이 세운 기준으로 놓고 봐도 정당성을 상실했다. 그런데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온갖 탈법 불법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자기들은 "정의"이기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다 정당하다는 생각은 이들의 "패륜적인 패악질"(한 성명서의 구절을 인용함)에 사용되는 싸구려 논리로 사용됐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 본부'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해 전치 2주의 상해진단을 받은 강규형 KBS 이사(명지대 기초방목대학 교수)가 추가 상해 진단서를 발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미디어펜


이런 논리는 급기야 이들의 도덕성을 마비시키는 마취제나 환각제로 악용됐다. "목적은 수단을 합리화한다"는 이 끔찍한 논리는 역사상 얼마나 많은 폭력과 전체주의적 탄압에 이용됐던가? 나치 체제와 국민들 대다수도 자신들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야만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필자는 작년에 "그대 아직도 한국식 문화혁명을 꿈꾸는가"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필자의 예상대로 한국의 중국의 문혁보다는 덜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본질은 비슷한 소프트한 문혁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방송장악의 전 과정은 자신들이 정의롭다고 착각하고 집단광기에 빠져 날뛰었던 홍위병들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 거기에 대중을 선동하고 동원하는 행태까지 쏙 빼닮았다. 


최근에 광화문에서 벌어진 소위 "비리 KBS이사들의 해임을 촉구"하는 2노조의 릴레이 발언은 이러한 도덕적 마비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이 릴레이 발언의 첫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KBS의 '아나운서 협회장'이기도 한 윤인구 아나운서였다. 그는 감사원 감사에서 그동안 회사에 알리지도 않고 몰래 아르바이트를 뛰며 무려 억대가 넘는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 현재 징계에 회부돼 있다. 그 이외에도 여러 노조원들이 억대에서 수천만원 대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 드러났다. 


도대체 그들 마음에 양심이 있기라도 한가? 일부 이사들이 "청부감사"에 의해 해임 권고가 됐다면 그들은 "무기징역 권고" 급은 아닌가? 윤인구에게 묻고 싶다. 그런 발언을 하면서 정녕 양심에 찔리는 것은 없었는지? 그대가 우리들의 해임을 언급할 자격이라도 있는지? 나중에 어디서건 나를 만났을 때 내 눈을 쳐다보고 떳떳이 얘기할 용기라도 있는지?


이런 광기는 필자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을 방해하는 2노조원들의 집단린치라는 사태(9월20일)에서 절정을 이뤘다. 수십 명의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2노조 위원장인 성재호의 주도로 필자를 에워싸고 조리돌림을 할 때에 필자는 이리저리 밀려다니면서 모욕을 당하며 엉뚱하게도 "아, 문혁때 유소기와 왕광미(王光美 왕광메이. 중공의 퍼스트레이디이자 유소기의 부인으로 홍위병들의 집단린치의 주요 대상 중 하나였다)의 처지가 이랬겠구나. 소중한 체험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언론노조는 비겁하게도 이런 장면을 쏙 뺀 체 그 날의 광경을 유튜브에 올렸다. 일반 시청자가 보기엔 별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들의 전매특허인 "악마의 편집"을 통해 대중을 호도한 것이다.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옛 강연을 멋대로 편집해 방영해서 문씨를 낙마시키고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전원일치 징계를 받은 그 유명한 영상에 바로 이런 악마의 기법을 썼다. 떳떳하다면 왜 필자에 대한 집단폭력의 현장은 쏙 빼놓고 공개했나? 아직도 자기들은 집단폭력을 가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한다. 


다행히 당시 상황은 한 동영상에 고스란히 녹화됐고,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영상을 틀었다. 고통스럽게 이 영상을 본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폭력적인 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양심이 있다면 이 영상을 보고 다른 얘기를 할 수는 없었으리라. 물론 거의 모든 언론은 여기에 대해 비겁한 침묵을 고수했다.


소위 "청부언론·유사(類似)언론"의 옐로우 저널리즘적 행태는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렇게 온갖 허위와 거짓말로 상황을 오도하는데 일반 언론과 방송이 야합한 것도 요번 사태의 문제였다. CBS의 시사자키(정관용 사회)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사무처장인 김언경과의 대담(10월 13일)을 통해 "동영상을 봐도 강규형 이사에 대한 폭력은 전혀 없었다" "김경민 이사의 사퇴는 자의에 의한 것이다"라는 등의 새빨간 거짓말들을 중계하듯이 여러 번 방송했다. 도덕성 마비의 정점을 보는 듯한 장면이다. 김언경은 이런 망언들에 대해 나중에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정관용과 CBS는 이런 편파 방송을 마구잡이로 한 것에 책임을 지겠는가?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해 9월 12일 오후 2시, 서울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방목기초대학 교수의 KBS 이사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교수는 하루 빨리 KBS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사진=미디어펜


필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종국에는 감사원과 방통위를 통한 대통령 해임이란 극약처방까지 동원됐다. 이 과정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무리하게 진행됐고 온갖 탈법이 동원됐기에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짧게 설명하면 조선일보의 사설에 "정권의 흥신소"라고 표현된 감사원은 기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말을 들으며 필자를 포함한 이사들의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방통위에 권고했는데 감사원은 방통위에 해임을 권고할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방통위는 "청문"을 통해 필자의 의견을 듣고 역사상 초 스피드로 위원회를 열어 전격적으로 필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그 건의는 역시 초 스피드로 대통령 재가를 얻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가 아니라 방송장악위원회"라는 역시 기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논평을 들은 그 방통위는 KBS이사의 해임을 건의할 권한이 없다. 방송법에 그런 조항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런 절차상의 중대한 결함은 나중에 차차 논의될 것이다. 그런데 그 청문과정에서 겪은 필자의 경험은 한국현대사의 가장 우스꽝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기에 극히 일부만 기억나는 대로 얘기해보자. 그것은 코미디 프로인 "봉숭아학당" 그 자체였다.


청문(聽聞)은 말 그대로 당사자의 말을 듣는 장소이다. 그런데 청문 주재자로 위촉된 분은 고령이라 그런지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필자는 크게 소리를 내서 얘기해야 했다. 문제는 주재자인 고려대 신방과 김경근 명예교수는 처음부터 주제와 어긋난 얘기를 횡설수설했고, 연이은 망언(妄言)과 실언(失言)을 늘어놨다. 뒤에서 그것을 들으며 당황하는 방통위 관계자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극히 일부만 소개하자면….


"솔직하게 얘기합시다. 그쵸? 힘쎈 놈이 먹게 돼 있어요 방송은. 그게 방송의 속성이에요. 100년동안 90년동안 그래왔어요."(그런데 왜 시간 끌고 버티느냐고 필자를 다그친다.)


"우리 이사님은 왜 나만 찍어서 그러느냐? 왜 나만? 교수니까 그런거죠 뭐. 교수가 만만하다는 걸 모르세요?" (다 알죠. 근데 그거 큰 문제 아닌가요?)


"수신료 인상을 위해 발언을 했다는데... 강이사는 수신료인상을 위해 왜 단식투쟁을 안했어요? 그거 이사로서의 임무를 다 안 한겁니다."(단식투쟁을 했어야 한다고요? 할복자살은요?)


또한 필자의 변호인이 발언하려 하자 주재인은 발언을 못하게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주재인은 필자가 준비한 100여쪽이 넘는 의견서와 자료를 읽지도 않았고, 제출한 동영상 파일도 물론 보지 않은 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청문보고서를 작성해서 방통위원회로 넘겼다. 필자는 방통위원들도 본인의 의견서를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건의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것을 다 읽고 분석하고 첨부 자료를 보고 동영상을 볼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는 상황에서 무엇에 쫓기는지 성급하고 무리하게 처리했다.


거기다가 필자에게는 한 번도 설명이 없었던 소위 "청문위원"이 들어와 그날 처음으로 이름을 듣고 얼굴을 보게 됐다. 최은배 변호사라는 청문인은 초장부터 "자세 바로 앉아주시죠"라고 고압적으로 얘기하다 갈등을 유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KBS의 법률대리인 일을 맡고 있어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변호사였다. 


뒤늦게 제척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여기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과 처리 없이 곧장 방통위의 해임건의 순서로 넘어갔다. 방통위는 왜 하필이면 제척사유를 가진 사람을 청문위원으로 초빙했나. 최씨는 본인이 제척사유가 있는 것을 변호사라면 알 텐데 왜 그것을 고사하지 않고 논란을 자초했나? 


게다가 최은배 변호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사람으로 과거 판사시절 2011년 11월 한미 FTA 비준동위안 체결 직후인 12월 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과격 발언을 해서 크게 물의를 빚은 사람이기도 하다. 


한미FTA의 결과는 어땠는가? 한국이 이 조약으로 크게 이득을 얻어 지금은 미국에서 개정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판단력과 태도를 가진 사람, 특히나 제척사유가 있는 사람을 굳이 청문위원으로 청문 당사자인 필자에게 통고도 하지 않고 위촉한 방송통신위는 "방송장악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써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강규형 이사는 지난해 9월 19일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 중인 노조원 옆에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사진=미디어펜


필자는 한 인터뷰에서 왜 아무런 개인적 실익도 없는 KBS이사직을 사수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민노총 언론노조 산하 KBS본부노조(2노조)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노조가 불법 폭력 등 온갖 패륜적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이 방송을 장악하면 자기 목적을 위한 선전·선동방송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몸으로 느꼈다. 궁극적으로 그런 선동방송화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늦추기는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 과정 속에서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내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맞고 터지면서 버티는 것 하나밖에는 없었다. 오죽하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직업이자 천직인 교직을 던질 의향까지 보였겠나. 잃는 게 너무나 많지만 어쩌겠는가? 내 운명인 것을…"이라고 얘기했다.


이미 장악된 MBC는 "PD수첩" 12월 19일 방송을 통해 과거 광우병 선동을 하던 옛날 그 선동시절로 돌아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거기에는 팩트체킹이고 뭐고 상관 않고 마구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선전선동을 배설해 놓았다. 며칠 전에는 MBC 직원 등을 일반인 대학생으로 둔갑시켜 인터뷰하고 방송을 하는 '광우뻥' 사태 당시의 조작 실력을 유감없이 다시 발휘했다. 


이제 곧 KBS도 비슷한 길을 가게 될지 모른다. 벌써 방송통신위는 일사천리로 필자의 후임 이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놀랍게도(또는 전혀 놀랍지 않게도) 친북좌파 세력의 선거대책 결사체였던 소위 "원탁회의"의 주요 원로 멤버인 김상근 목사이다. 백낙청, 함세웅 등과 더불어 원탁회의를 대표했던 인물로 통합진보당 해산에도 반대했던 인물이다.


앞으로도 MBC KBS SBS는 과거와 같이 KAL858기는 김현희가 폭파한 것이 아니라 남한 정부의 조작이었다는 한국방송역사상 최악의 방송,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전설적인 선동방송, 베네수엘라 차베스가 세계의 대안이라는 엉터리 방송, 현충일날 모택동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는 선전선동방송이 될지도 모른다. 깨어있는 국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이런 행태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이런 막가파식 방송장악이 훗날 문제가 되고 조사대상이 안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백치이거나 확신범들밖에는 없을 것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1월 2일자 펜앤드마이크의 글을 필자가 이후 상황전개에 따라 update하고 보충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오늘의 인기기사


PC버전
© 미디어펜 Corp.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