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고용 줄이기·경비원 감축…시장의 반격에 일자리 직격탄
사람은 인센티브의 동물이다. 인센티브(incentive)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자극이나 동기부여의 수단 즉 유인책'을 말한다. 예전부터 최고의 인센티브는 금전적 보상이었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고 몰입감 소속감 명예 긍지 등도 인센티브로서 많이 거론되지만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의 인센티브인 것은 분명하다.
사람은 인센티브의 동물…이익이 있어야 움직인다

사람들은 늘 경제적으로 움직이려는 존재다. 이를 근사하게 풀이하면 '모든 사람은 최소의 노력과 비용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는 표현이 되고, 쉽게 풀이하면 '모든 사람은 일하기 싫어하고, 일 자체보다는 그에 따른 보수에 관심이 크다'는로 표현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부딪히든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따지는데, 숫자 계산에는 수학자보다 빠르고 이익을 따지는 데는 경영학 박사보다 빠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요리조리 빠져 나가고, 비용이 든다거나 손해를 보게 된다 싶으면 온갖 상상력과 혁신 능력을 동원해 피한다.

<인센티브와 무임승차>라는 책을 보면 아주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한 뉴욕 병원에서 수술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많아졌다. 병원 경영진들은 대책을 생각하다가 수술 중 사망한 환자 수가 기준치를 넘으면 의사에게 벌점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술실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줄어든 것이다.

   
▲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실험 대상이 된 자영업자 영세기업 저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등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한참이 지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보니 적지않은 부작용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제도가 도입된 후 의사들은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아예 수술조차 하지 않으려고 피한 것이다. 결국 환자들은 수술실이 아니라 입원실에서 죽어갔다. 최고의 의사들이 최고의 중환자를 다루다보면 사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무조건 사망률 잣대를 들이대다보면 최고의 의사들이 '최악의 의사(?)'라는 오명을 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 책에 보면 살라미 이야기도 나온다. 살라미는 소금과 양념을 넣어 건조시킨 이탈리아식 소시지다. 살라미를 만들어 포장하는 한 업체가 있었는데,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싶었던 경영자는 매일 공장에서 출하되는 살라미 개수를 기준으로 성과지표를 만들었다. 직원들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금세 알아차리고 적응해 성과를 올렸다. 다만 직원들의 적응 방식이 이상했다.

살라미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살라미를 점점 더 얇게 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직원들은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되었고 경영자는 직접 만든 성과지표가 빠르게 향상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문제는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았으니 기업의 이익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소련에서 철판 100톤을 생산하라고 했더니 두꺼운 철판 하나만 달랑 생산하고 말았더라는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나중에 사용하려고 하면 다시 얇게 잘라야 한다.)

사람들은 남을 돕는 배려와 온정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생활속에서 보는 풍경 하나를 보자. 아파트에 살다보면 유독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간식을  잘 챙겨주는 할머니들이 계신다. 그들을 보면 "시골에서 가난을 경험했던 분이라 정이 많으시고, 지인들과 나눠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시는 품성을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반면에 이처럼 따뜻한 온정은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경비원이 경비실에 맡겨 놓은 무거운 택배를 인정 많은 할머니집에 직접 가져다 주기도 한다. 전기 수도 등 할머니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경비원이 적극 나서 해결해주기도 한다. 경비원으로부터 늘 대우받으므로 아파트 주주민들로부터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인정많고 인심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아집과 독선'의 역풍에 생존실험 약자들이 쓰러진다

대한민국 경제 주체들이 '최저임금 실험'의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포퓰리즘 좌파(진보가 아님)'인 집권 진영에선 "최저임금 7530원을 감당하지 못할 한계기업이라면 진작에 문을 닫았어야 했다"고 강변하고 이를 지지하는 철없는(?) 문빠들의 지지댓글이 줄을 잇는다. (문빠들 주변, 즉 문빠 자신이나 그들의 부모님 삼촌 친구들 가운데는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없나보다. 문빠 주변에도 한계기업 종사들이 많을텐데)

그런데, 난데없이 생존실험 대상이 된 자영업자 영세기업 저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등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다고 박수를 보낸 사람들인데(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국정지지율이 그렇게 높나), 이제서야 자신들이 누구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모양새다.

사실상 생존실험인 최저임금 실험대상이 된 사람들은 '인센티브 원리'에 맞게, 즉 '최소의 노력과 비용으로 최선의 선택'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고용주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인화와 자동화에 나선다.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휴식시간을 늘려 임금을 동결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이들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늘어나는 이익은 없는데 비용이 많이 나가게 생겼으니 방법을 달리해 본인들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살라미를 얇게 자른 직원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내는 목소리는 딱 한가지다. "당신(정부)에게 도와달라고 한 적 없으니, 제발 방해만 하지 말라"이다. 분노와 원망의 소리가 많아지는 것은 뭔가 정치가 매우 잘못됐다는 증거다.

   
▲ 2018년 1월 첫날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16.4% 올라 7530원으로 인상됐다. 사진은 2016년 7월15일 당시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사진=연합뉴스

영세기업 자영업자 등이 생존실험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자 그 직격탄이 최저임금의 보호가 가장 필요한 계층으로 향하고 있다. (원래 최저임금 대상자들은 기술과 업무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계로 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수단으로 대체가능성이 높기에 임금이 낮다. 책 <이기적 국민> 참조)

우선 고용노동부·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에 지난달 등록된 신규 구인 인원은 전년도 같은 기간(25만1107명)에 비해 17.1% 감소한 20만8102명이었다. 12월 감소율로는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 7520원이 적용되는 2018년을 앞두고 사람 뽑기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아르바이트와 파트타임 등 저임금 시간제 직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소 경비 주차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저기서 사람 줄인다는 소식이 계속 이어진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최저임금 높아졌다고 지갑 두툼해질 줄 알고 좋아했더니 아예 목숨줄 끊기게 생겼다. 이게 문재인 정부가 의도한 것인가'라고 이제서야 눈물을 흘린다. (뉴욕병원의 사례를 빗대어 적용하면, 수술실에 가지도 못하고 입원실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된다고나 할까)

아파트뿐만 아니라 외식업체 주유소 편의점 독서식 카페에도 무인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생활물가도 급상승중이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햄버거값 부대찌개 설렁탕 등 대중음식은 물론, 미용실 세차비 세탁비 등도 덩달아 뛰는 형국이다.

서민들의 생존 몸부림을 행정력으로 해결한다고? 생존투쟁을 이긴 역사는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렵다고 종업원을 해고하면 안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는 것을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 맞는 지 모르겠다. 자신이 자영업자로 생존이 걱정된다면 그런 말을 할까)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달 말까지 계도기간 이후에도 불법과 편법적인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인상 또는 회피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원가가 높아진 납품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가격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유통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정한다. 납품업체의 부담을 대형유통업체와 나눠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 인상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참으로 책상머리 학자다운 모습이다. 대형유통업체 실무담당자는 자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극도로 노력한다. 그래야 자신이 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자신의 생계가 달려있는데, 순순히 납품업체 비용인상 요청을 수용할 수 있을까) 세상에 자신이 살아남겠다고 생존투쟁하는 사람들은 범법자로 모는 정부는 정말 나쁜 정부다. 역사상 생존투쟁을 하는 국민을 상대로 이긴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

포퓰리즘 좌파들은 입만 열면 '따뜻한 나눔과 온정의 공동체'를 역설한다. 아파트 경비원 해고의 소식에도 '한 달에 커피 한잔값만 아끼면 경비원 해고 안해도 되는데… 몰인정한 사람들이다'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다. 주민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여윳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의 지출항목을 보면 앞으로 '문재인 케어'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료 상승, 국민연금 개편에 따른 연금보험료 상승, 부동산 보유세 인사에 따른 부동산세금 상승, 각종 생활물가 인상에 따른 아이들 간식비와 장바구니 비용 상승 등 나갈 돈이 무수히 많다. 단순히 경비원 임금 인상에서 끝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의 표본'으로 설정해 '영세기업 자영업자 비정규직의 박수'를 받아냈다. 하지만 그렇게 인기몰이를 했던 문재인 정부 구성원들이 내는 돈은 없다. (하기야 요즘 그들은 '내 사람이 먼저다'는 원칙 하에 공공기관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여념이 없다)

임금인상이란 결국 '누군가 돈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 돈을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며, 핵심은 돈을 낼 사람이 여력이 있느냐 여부'이다. 최저임금 제도를 보면, 소득이 충분히 많지 않은 사람들(영세기업 자영업자 등)의 돈을 거둬 더 낮은 계층을 지원하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을(乙)의 전쟁, 을(乙)간의 생존싸움을 부추긴 셈이다. 그래놓고 '서민을 위한 정부, 을(乙)을 위한 정부'를 말하고 있으니 이런 억지를 보고 뭐라고 해야할까. 실천적인 대안이 없는 '포퓰리즘 좌파'의 끝은 파탄이고 파멸인데 그걸 많은 국민들이 하루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하기야 더불어민주당 사람들과 그 지지자들은 진보정당은 정의당과 민중당이고, 자신들은 중도쯤 되는 정당이라고 강변하는 데 세계 역사에서 중도정당이 이러한 '포퓰리즘 좌파정책'을 쓰는 경우도는 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을 보면 중도인 프랑스의 마크롱이 아니라 포퓰리즘좌파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훨씬 더 닮았다. (최저임금 하나만 놓고 비교해봐도 그렇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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