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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수업 금지 3차례 번복…방과후 교사 생계는
김규태 기자
2018-01-11 11:30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어린이 엄마들이 일하는 곳이 바로 방과후 수업입니다. 아이를 맡긴 후 생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직장이에요. 그런데 영어수업을 금지하면 방과후 교사들은 사교육 영어학원 현장으로 내몰리고 밤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합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맡긴 내 아이는 그 시간에 어디로 보내야 하나요."


유치원 어린이집에 대해 교육부가 영어수업 금지를 추진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물론이고, 방과후 영어수업 교사들도 생계난에 내몰리게 됐다.


한 방과후 교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어수업 금지는 그저 단순한 방과후 폐지가 아니다"라며 "방과후 수업이 없어지면 선생님들은 학습지 등 사교육 현장에서 늦게까지 일해야 하고 내 아이는 어디에 맡겨야 하냐"고 걱정했다.


또 다른 교사는 "저를 비롯해 여기서 일하는 모든 방과후 선생님들의 일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순간이 올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어수업이 금지되면 이에 종사하던 방과후 교사들의 대량 실직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은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도 올라왔다.


'facebook-***'라는 청원인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론이란 언제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며 "교수와 언어학자들의 주장을 그만 인용하고 서민들 생활과 현실을 직시해 주세요. 영어수업 금지는 이론이 아닌 방과후 선생님들의 생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올라온 금지 방침 철회 청원에는 11일 8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동의했고, 지난 2주간 유사한 청원 84건이 더 제기되어 각각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동의를 받았다.


전국 각지에서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은 교육부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보류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말 최종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초등학교 1~2학년에 이어 유아들에 대해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밝히자,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사진=교육부 유치원알리미 홈페이지 제공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유치원 어린이집 등 유아교육 전반에 대한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발표한 후 여론이 악화되자 지금까지 미확정, 금지, 유예 등 입장을 3차례 번복했다.


교육부는 10일 시민단체에 이어 11일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열어 교육감들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한 뒤, 다음주 학부모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수업 금지 추진에 대해 "정책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포함해 이달 중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우려되는 영어 사교육 확대에 대한 보완책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방과후 영어교사 실직' 대책을 묻자 "상황을 빨리 정리해 현장에서 더 이상의 혼란이 발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관련 사안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고 여론을 살피겠다. 결론내린 것은 없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등 방과후 교사와 학부모들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방과후 수업, 영어 특별활동 수업을 금지하면서 영어학원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재 6개월 혹은 1년 유예, 금지 시점을 못박지 않는 잠정 유예안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교육부가 영어수업 금지 여부를 두고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말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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