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경제원리 역행 폭등 불러…도돌이표 정책 결국 시장 이길 수 없어
경제학을 배우다보면 첫 부분에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은 싸고, 별로 필요없는 다이아몬드는 왜 비싼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정답은 '희소성' 때문인데 '대체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명품업체(개인적으로 고가업체 표현을 선호함)들이 고급지갑을 100개 한정판으로 내놓고 비싸게 팔 때, 부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도 물건의 희소성(대체가 어려움) 때문이다.

시장의 가격은 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건이 부족해 희소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물건이 많아져 희소성이 낮아진 관계로 아무데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노무현 정권 시절 강력한 부동산 정책 카드를 꺼내들었던 김수현 서울연구원장이 청와대 사회수석에 임명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3.3㎡당 4400만원대의 고분양가가 책정됐던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견본주택 현장./사진=현대건설 제공.

임금은 땀흘린 만큼이 아니라 대체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은 노동과 임금의 큰 원칙을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로 생각한다.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육체노동이 진짜 노동이고, 사무실의 책상 앞에서 일하는 지식노동은 가짜 노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미국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땀의 정당한 대가'를 바라며 노동운동을 하는 많은 사회활동가들이 공장이나 건설현장 등으로 갔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성실한 노동자들이 갖은 모욕을 당하며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데 임금은 형편없다'는 내용의 책을 쓰고 언론에 기고했다. 과연 임금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일까?  다음은 책 <이기적 국민>의 발췌 내용.
 
"임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동자가 무엇을 생산했느냐가 아니라, 해당 노동자가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컨대, 하루에 8시간 짐을 나르는 노동자와 하루 2시간 고급수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를 거론할 수 있다. 고급수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거의 구하기 어려운 반면, 화물운송은 힘들고 고되지만 여러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고급수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임금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술이 없고 숙련도가 낮은 사람은 대체 가능성이 높으므로 임금이 낮고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경제에서 임금도 다른 상품의 가격과 마찬가지로 '특정 노동에 대한 대가이자 가격'이다. 한 재화의 가격은 항상 다른 모든 재화의 가격에 의존한다. 가격이란 상대적인 희소성을 반영하므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직종에 종사하고 싶은지, 그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임금을 좌우하는 강력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직감적인 도덕적 판단에만 기대어 특정 임금의 공정성 여부를 따져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동일한 노동인데 왜 선진국과 후진국의 임금 차이가 수십 배나 되는 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후진국에서는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손에 쥐는 돈은 우리 돈으로 오천 원에 불과하다며 너무나 불공정한 세상이라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도 TV를 통해 꾸준히 방영되고 있다. 후진국의 빈곤 퇴치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후진국의 노동 착취가 너무나 심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 나라의 전반적인 임금수준은 해당 국가의 생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노동자당 생산량의 평균 수준이며, 그게 장기적으로 임금을 결정짓는다. 복지가 궁극적으로 생산성의 문제이듯이, 임금도 생산성의 문제이다.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노동자의 소득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가 보다 생산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1999년 중국 제철공장의 노동자 일인당 철강 생산량은 45톤인 반면 한국 포스코는 1501톤이었다. 이러한 생산성의 차이가 두 나라의 철강 노동자 임금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이다."

집값도 수요 공급에 따른 대체재의 문제-노무현정부는 경제원리 몰라 집값 폭등 유발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펴냈다. 집값 상승은 악(惡)이라는 믿음이 철철 넘쳐나는 분위기에서 책을 쓴듯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의 본능과 욕망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생각으로, 엉터리 학자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임기 초 2월과 임기 말 2월(즉 집권기간)을 비교한 강남 아파트 값은 노무현 정부 67%, 이명박 정부 ―6.5%, 박근혜 정부 11.5%였다. 강남에 집을 가진 부자들은 노무현 정부에 박수를 보내고, 이명박 정부를 원망해야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왜 실패했나? 간단하다. 부자들이 갖고 있는 고급 아파트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고통을 주어 가치를 떨어뜨리고 결국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초과이익 환수제, 거래제한, 보유세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공급은 늘리지 않고 수요만 잡겠다고 하니 해결될 리가 없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때 그런 정책을 폈던 주역인 김수현 사회수석은 자신이 주도했던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모르고 속도가 느려서 실패했으니 더 속도를 올리면 된다는 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바보짓을 다시 하겠다는 고집인데, 달리 보면 내 생각이 옳다는 '아집과 독선의 극치'이다.

   
▲ 강남 집부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게 배아프다고 공격해봐야 대체재가 없는 부동산시장에서 이들을 잡기는 어렵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강남 집값이 뛰는 것은 임금 결정원리와 비슷하다. 대체재가 없으면 올라가고 대체재가 있으면 내려간다. 미국의 경우가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은 뉴욕의 맨하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맨하탄에 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맨하탄은 섬이라서 더 이상 땅을 늘릴 수 없는만큼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도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데, 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도심지가 반도에 붙어 있어 더 이상 땅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콩도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데,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홍콩섬은 땅을 더 이상 늘릴 수 없고 주룽반도쪽도 비탈이 대부분이다. 공급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과연 강남의 대체재가 있는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만큼 아무리 강남 집부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게 배아프다고 공격해봐야 대체재가 없는 부동산시장에서 이들을 잡기는 어렵다. 강남은 고급재이며 사치재임과 동시에 대체할 부동산이 거의 없는 희귀재 성격이 강하다.

동서고금 역사에서 가장 멍청한 정부는 가격이 뛴다고 이를 단속하는 정부다. 단속은 당장 가시적으로 만족감을 줄 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가격상승을 막을 수는 없다.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은 공급확대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늘리고 준강남식으로 주택단지를 개발해 오히려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를 줄이는 게 현명한 방향이다.

조선 말기에 흉년이 들자 정부는 쌀도매상들이 매점매석을 한다며 이를 단속하고 나섰다. 그러자 시장에 쌀이 품귀현상을 빚었고, 수많은 백성들이 기아로 죽어나갔다. 10여년 후에 다시 흉년이 들었는데 이때는 쌀수입을 허가했다. 그러자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곡식이 들어왔는데, 가격은 비싸졌어도 굶어죽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대체로 세상사를 볼 때 '멍청한 사람'이란 '당장 눈앞만 보는 근시안적인 사람'을 말한다. 시장에서 오르내리는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을 부동산시장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청약통장 거래, 불법 전매, 무자격 중개 행위를 단속하면서 긴급체포, 영장집행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행위를 하는 국민에게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야말로 하수중의 하수 정부다. 그런 정부를 보고 박수치는 사람들(특히 문빠)들도 경제원리의 기초도 모르는 하수라고 해야할 것이다. 하기야 어리석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이 우김질을 하면 어리석은 사람이 이긴다는 옛말을 감안할 때 이런 얘기도 그들에게는 '우이독경(소 귀에 경읽기)'로 들릴 것이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어리석음과 엉터리 사이비에는 답이 없다. (첨언하면,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강남집값이 크게 뛰었는데 이본에 동일한 부동산정책을 펴는 것은 청와대에 강남에 부동산을 지닌 다주택 강남좌파가 자기 재산 불리려고 그런다는 그런 농담도 있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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