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정 진통 전망…국민인권 침해 소지·수사종결권 보장 없어 실효성 떨어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청와대가 14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 수사권 확대에 초점을 맞춘 수사권 조정 방안을 발표했으나, 입법 과정에 진통이 뒤따르고 수사권 조정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법조계는 검경 수사권에 대해 "입법기관인 국회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논의에 착수했고 사법개혁의 일부인데 청와대가 앞장서 주도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며 "청와대가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섣부르다"고 보았다.

여야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발표에 대해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개혁안"이라며 "조속한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회 사법개혁특위 간사인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정권이 권력기관을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개악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청와대가 검사 수사지휘 범위를 축소하려 하지만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이나 수사종결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전체사건 중 2% 가량인 영장 관련 지휘에 나서는 상황 속에서 영장청구권 등 실질적인 수단이 보장되지 않으면 검사의 '중요 사건' 수사지휘 관행과 보충수사가 이어질 것"이라며 수사권 확대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일선에 있는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권 확대로 늘어나는 업무분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수사비를 거의 받지 못해온 것이 현실인데 실제 권한보다 책임만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경찰권 비대화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경찰대 중심으로 승진체계가 강화되어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의 승진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염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면서 경찰로 넘긴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경찰이 이적표현물 게시 등 단순사건 위주로 해온 것을 감안하면 대공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국정원은 해외첩보 수집력과 축적된 정보망을 발판으로 2000년 이후 적발된 간첩 90% 이상을 검거해왔고 경찰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나 밀입북 탈북민 사건을 주로 수사해왔다.

특히 이번 조정 방안으로 15만 경찰인력 중 대부분이 자치경찰 소속으로 전환되면서 예산 및 인사권을 가진 광역단체 시도지사에게 정보경찰이 줄을 댈 것이라는 정치화 우려와 함께, 예산 차이가 큰 수도권과 지방 간의 치안 수준이 경찰 장비와 우수인력 등에서 더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법조인은 "자치경찰 지도부를 인선할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한 경찰은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시도지사 등 지방권력의 눈치까지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조계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중앙경찰-자치경찰 수사범위를 조정하려면 형사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국민 인권을 침해할 소지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법조인은 "이번 조정안에 따르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경찰이 사실상 무한대의 권한을 누릴 수 있다"면서 "경찰이 1차수사권을 다 갖고 검찰 지휘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에 대해 "경찰의 방대한 조직과 거대 기능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권력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면서 특성에 맞게 전문화하는 방법으로 재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복안이 비실효성과 정치화라는 일각의 우려를 딛고 안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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