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보편화될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닥쳐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경우 2022년까지 128조원,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약 80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기술 발전만큼 유연한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적 노동 플랫폼 조성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노조 우선주의, 정규직 과보호, 근무형태의 획일화, 연공서열제 등의 노동 시스템으로는 지능화, 융-복합화로 대변되는 새로운 노동패러다임에 적응할수 없다. 이에 미디어펜은 '일자리 4.0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이 고민해야할 노동정책과 제도, 근로형태, 노사관계 등을 심층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퀀텀점프코리아 2020-1부]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를 리뉴얼하라①
[미디어펜=최주영 기자]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장노동으로 대변되는 제조업에서 유연근무제 확산과 선택형 일자리의 증가로 근로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로봇 외과의사, 공유경제 컨설턴트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직종도 생겨나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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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현재 다수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상을 대체할 경우 인간의 노동력이 거의 필요없게 될 것이며 정규직 보다는 임시고용 확대,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만 하더라도 단순 조립이나 부품 생산 과정을 기계가 담당하게 되면서 효율적 수요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가장 유력한 분야로 꼽힌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1000명의 근로자 당 한 대의 로봇이 인간 일자리 6.2개를 감소시키고 임금 수준을 0.7 % 하락시켰다. 로봇으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를 상쇄시킬 만한 다른 직업군의 고용 증가는 거의 없었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세계 순고용이 약 500만명 가량 감소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사무나 행정, 제조 등 단순업무 직종의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노동유연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 4차산업혁명 여파에 따른 노동유연성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나 오른 여파로 상당수 아르바이트생들이 구직난이나 해고를 겪는 경우가 심심찮게 관찰되고 있어서다. 편의점은 인력 감축이나 근무시간 단축에 나섰고, 셀프주유기를 설치하는 주유소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알바천국이 지난달 전국의 자영업 및 중소기업 고용주 1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3.4%가 “올해 아르바이트생 고용울 줄이겠다”고 답했고 “아르바이트생 대신 이미 무인기계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4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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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의 자동화에 따른 직업변화 가능성 /자료=산은조사월보 |
문재인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으로 소득주도와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 핵심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은 상당히 비켜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기피와 해고 등은 당초 우려됐던 부작용”이라면서 “고용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이 아닌 정부 주도의 일자리 채용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인 19조2000억 원을 일자리 창출에 쏟아붓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국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월 9.2%까지 오르는 등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매달 경신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더불어 공공 일자리 늘리기 외에는 뚜렷한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예컨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임용고시 준비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무산됐고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 역시 구성원 간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도 최저임금의 대폭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고용보호 및 노조보호 강화 조치 등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해치는 정책으로 평가 받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추진으로 일자리 개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연한 일자리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와 달리 해외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고용창출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우버는 전세계 110만명 이상 운전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드라이브 파트너’로 계약을 맺고 독립계약자 형태로 근무시키고 있다. 아마존은 자가차량을 보유한 일반인을 배송요원으로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외에도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연간 3조원의 이익을 내는 프랑스 최대 자동차업체 시트로앵그룹(PSA)이 최근 노사간 근로자 1300명을 명예퇴직으로 감원하는데 합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단행한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긴 사례다. PSA는 “새 자동차 모델 생산을 위해 더 다양하고 유연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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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스위스연방은행 |
전문가들은 선진국 대비 경직화된 노동유연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국가의 지난 7년간(2006년부터 2013년까지) 노동 경직성을 살펴본 결과 평균점수가 29.5점에서 28.3점으로 1.2점 낮아진 반면 한국은 7.5점(28.3점에서 35.8점으로) 올라갔다. OECD 회원국 중 순위로 놓고보면 18위에서 22위로 4단계 하락한 것이다.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의 일자리 확대도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 수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에는 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과도한 정부 개입으로 시장경제의 흐름을 막고 있다면 즉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경우 2022년까지 128조원,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85억원의 신규매출 증대와 199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같은 기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80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유연성 강화를 위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서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위주의 신종직업 창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호영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과 관련해 경직성이 높아질 경우 기업의 운신 폭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유연성과 안정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출발점으로 세계 각국의 노동시장 규율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용관 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향후 신기술 발달과 기존직업의 융복합 및 분화에 따른 신종직업 창출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공정경쟁 유도를 통해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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