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민주주의와 소비자주권시대를 표방한 시민단체 컨슈머워치가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올바른 통신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단말기 보조금 토론회’를 가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통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줄여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창부의 유효경쟁정책과 보조금 억제정책은 SKT와 KT, LG유플러스 통신3사간 담합을 부채질하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린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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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
이날 토론회에선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겸 컨슈머워치 운영위원이 발제를 통해 단말기 유통법은 대다수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비만 증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호 대표는 이어 미창부가 이통사 업계 1위인 SKT에 대한 요금인가제를 즉각 없애야 소비자들의 통신요금도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창부는 통신요금인가제를 통해 SKT와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간 5대3대2의 유휴경쟁과 2, 3위업체 생존정책에 매달려 있다며, 이것이 오히려 통신사간 강제담합을 부추겨 소비자들의 이용후생을 저해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따라서 당장 통신요금 인가제를 없애 통신요금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들의 통신요금을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현재의 소비자별로 들쑥날쭉한 단말기 보조금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국장은 "불투명한 보조금경쟁을 규제하면 시장자율 경쟁이 촉진되고, 통신사들의 소모적인 보조금경쟁도 해소돼 신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맞섰다. 김정호대표와 김주한 국장이 창과 방패가 돼 치열한 논전을 펼친 것이다.
다음은 김정호 컨슈머워치 운영위원의 발제문 전문이다.
1. 들어가는 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은 10월부터이다. 단말기 보조금 공시제, 분리요금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이다. 이 법의 주된 목적은 단말기 할인을 막는 데에 있다. 새로 제정된 단통법은 기존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통법은 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통신사들 사이의 담합을 더욱 공고히 해줄 것이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단말기 가격을 올려서 통신사들의 이윤을 늘려줄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새로운 통신기술의 보급과 발전도 저해한다.
2. 단말기 보조금 경쟁은 왜 일어나는가?
단말기 보조금 경쟁의 원인은 크게 비용구조와 네트워크 효과 등 2가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통신서비스는 일단 통신망(고정비용)이 구축되고 나면 가입자가 늘어나더라도 비용(가변비용) 증가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가입자로부터의 요금 수입이 가변비용(미미한 금액)을 넘어서기만 하면 새로운 가입자를 받는 것이 이익이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라는 통신망의 특성은 보조금 경쟁을 더욱 강화한다. 네트워크 효과란 같은 망을 쓰는 가입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각 개별 가입자가 누리게 되는 편익 또한 증가하는 속성을 말한다. 휴대전화도 네트워크 효과의 속성을 강하게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수록 가입자당 통화량이 늘어날 수 있고 다양한 부가서비스 사업을 할 여지도 생겨난다.
3. 단말기 교체는 자원의 낭비가 아니다
잦은 단말기 교체가 자원의 낭비이기에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말기 할인 경쟁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규제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단말기 교체율 67.8%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원 낭비라는 인식과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단말기 교체를 문제시하는 입장에서는 ‘멀쩡한’ 단말기가 버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단말기가 멀쩡한지 아닌지는 제3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가 보기에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 단말기는 멀쩡한 것이 아니라 교체가 필요한 단말기가 된다. 단말기 교체를 자원의 낭비라고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을 통해서 통신기술의 보급이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즉 통신기술이 2G에서 3G로, 그리고 또 다시 LTE로 발전해가는 과정은 단말기가 교체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업들의 단말기 할인은 그 과정을 촉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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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청부입법을 받아들여 최근 단말기유통법을 통과시켰다. 단통법은 대다수 국민들의 스마트폰 구입비를 오히려 증가시키고, 통신사들의 이익만 늘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가 최근 단통법안을 심의. 통과시키고 있다. |
4. 단말기 보조금 경쟁과 요금 경쟁은 별개의 문제다
단말기 보조금 때문에 통신요금이 높아진다는 문제의식도 보조금 규제의 중요한 근거를 이룬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통신요금이 낮아질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보조금 규제를 지지하는 소비자단체들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근거가 없는 생각이고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가격 인하는 기업에게 자금 여유가 있는지의 여부와는 무관한 결정이다. 가격을 낮추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기업은 아무리 적자상태라고 해도 가격 인하를 할 것이다. 이건 마치 광고가 가격을 높인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오류이다. 광고에 비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오히려 광고가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광고로 인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 경쟁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5. 유효경쟁 정책은 강제담합정책이다
과거 정보통신부에 이어서 미래창조과학부도 통신산업에 대해서 유효경쟁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세 통신사의 시장점유율을 5:3:2로 유지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SKT 는 5를 넘지 못하게 막고, LGT 는 2보다 작아지지 못하게 도와주는 정책이다. 지난 10여년간 정부는 요금인가제나 접속료 차등 적용 등을 통해서 이 비율을 유지해왔다.
이런 것을 ‘유효’ 경쟁정책이라고 부르는 공무원이나 학자들은 굉장한 착각을 하고 있다. 이 정책은 경쟁정책이 아니라 경쟁을 억누르는 정책이다. 경쟁이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품질을 높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유효경쟁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책수단들은 선발주자의 요금인하를 막고, 후발주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위 ‘유효’경쟁정책은 경쟁정책이 아니라 ‘강제담합정책’이다. 소비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후발 통신사를 살찌우는 정책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통신정책도 궁극적인 판단기준은 소비자의 후생이어야 한다. 통신산업에 굳이 3개의 경쟁자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3개의 통신사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가 희생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셋이서 경쟁을 하다가 하나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품질은 높아지고 원가는 낮아질 것이다.
한 개만 남아서 가격을 높일 것이 우려된다면 통신사업 면허를 계속 개방해 놓으면 된다. 면허만 개방된다면 비록 하나의 사업자만 존재하더라도 그 사업자가 독점행동을 할 수 없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때 원도우로 운영체제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어도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을 낮추는 등 독점적 행동을 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6. 가격 차별 규제는 소비자에게 손해다
가격차별은 단말기 보조금과 관련하여 소비자로부터 가장 많은 불만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누구는 많이 깎아주고 누구는 제값을 받는 상황에서 제 값을 낸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가격차별이 소비자에게 해로운 때는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때이다. 그러나 단말기 가격의 차별적 할인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가격차별이 경쟁의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차별을 하지 못하게 하면 경쟁도 사라지게 된다.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모두 똑같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단말기를 사야 한다.
7. 통신사들의 규제 요구는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기업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규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더욱 철저하게 담합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자신들은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줄 수밖에 없으니 제발 소비자에게 돈을 쓰지 못하도록 더 철저하게 붙잡아 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말 웃기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보조금 때문에 요금 인하를 못한다면 보조금을 주지 말고 요금인하에 착수하라.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인가제를 통해서 요금을 내리지 못하게 하면 당당하게 정부에 맞서라. 요금을 내리고 싶어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인가제로 막고 있어서 그러지 못한다고 기자회견만 한번 하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8. 열린 시장에서 제조사의 단말기 독점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단말기 시장에서 제조사의 독점이 이루어진다는 문제의식도 보조금 규제의 논거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것은 넌센스다. 갤럭시는 국내시장에서 팬텍뿐만 아니라 해외브랜드인 아이폰이나 넥서스 폰과도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비록 제조사가 하나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독점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군소 제조업자를 살리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것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제조사의 경쟁력을 깎는 것은 목적과 수단을 뒤집는 것이다.
9. 어떻게 할 것인가?
(1) 담합정책인 ‘유효’경쟁 정책을 폐기하고 진정한 경쟁정책을 펴라
여러 가지의 정황으로 미루어 보면 미래창조과학부 휴대전화 정책의 근간은 통신산업에서의 상대적 약자인 LGT와 KT를 보호해서 5:3:2 의 시장점유율 구도를 유지하는 데에 있는 듯하다. 이는 소비자에게 LGT와 KT의 이익을 위해서 소비자에게 비싼 요금을 강요할 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담합정책인 소위 ‘유효’경쟁정책을 폐기하라.
(2) 요금인가제를 폐기하고 요금인상시에만 사후적 제재하는 체제로 전환하라
지금의 통신요금인가제는 실질적으로 SKT의 공격적 요금 인하를 막는 장치로만 쓰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LGT와 KT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그러려면 요금인가제를 폐기하는 것이 좋다. 통신요금을 자유화하라. 그러면 정부가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요금은 내려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신사들은 원가절감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요금경쟁이 시작되면 보조금 규제도 폐지하라.
보조금 규제의 가장 중요한 명분이 요금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금 인가제를 폐지한 후, 요금 인하 경쟁이 일어난다면 보조금 규제는 존재 의미를 잃는다. 그 이후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정리=미디어펜 김규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