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16부작 장정을 마무리하고 종영됐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18일 최종회로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했다.

이 때까지 보여줬던 다양한 반전이나 감동에 비하면 최종회는 여러가지 정리를 하느라 오히려 다소 밋밋했다. 김제혁(박해수)은 마지막 고비(염반장과의 갈등)를 넘기고 무사히 형기를 마쳐 지호(정수정)와 재회했고 야구선수로 다시 그라운드에도 섰다. 장기수(최무성)는 크리스마스 특사로 나가며 어린애같은 천진한 모습을 보여줬고, 유대위(정해인)는 재심이 받아들여져 억울한 누명을 풀었다. 준호(정경호)는 제희(임화영)와 사랑을 키워가고, 팽부장(정웅인)은 엉뚱하면서 인간미 넘치는 교도관의 모습을 유지했다.  

   
▲ 사진=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홈페이지


지난해 11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첫선을 보일 때부터 화제 만발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이어 히트시킨 신원호 PD와 제작진이 새로 내놓는 작품, 감옥이라는 낯선 배경, 박해수라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주연배우 등으로 관심을 모았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샀다. 감옥이 주배경이고 등장인물 상당수가 죄수들이다 보니 '범죄자 미화' 등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었다. 웃음코드를 위해 교도 행정의 무리한 과장이나 왜곡, 교도소 관계자들의 희화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고 회를 거듭할수록 '신원호 매직'이 발동됐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소소하면서 유의미한 깜짝 반전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호연이 어우러지며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감동을 안겼고 인기 드라마가 됐다.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지상파 드라마를 압도하는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종영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무엇을 남겼나.

무엇보다 소재의 확장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절절한 또는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 사회 정의를 녹여넣은 사회성 짙은 드라마, 판타지 등이 대세를 이룬 국내 드라마 현실에서 감옥을 배경으로 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소재 자체가 새롭고 신선했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어디든 좋은 드라마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낯선 곳에 대한 단순한 '들여다보기'를 넘어, 그 속에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한국형 드라마의 영역을 확대한 데 대해 박수쳐줄 만하다.

새로운 배우의 발견은 또 다른 성과다.

어려운 주연 김제혁 역할을 시종일관 무게감과 허당끼로 채우며 극을 끌고온 김제혁 (박해수), '딘라면'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던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 고지식하면서도 정이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고박사(정민성), 동성애와 마약중독이라는 두 가지 어려운 캐릭터를 멋드러지게 소화한 해롱이(이규형), 중후한 저음으로 또 어디서 사기를 치고 있을 것 같은 명교수(정재성), 의리 없어 보이는데 의리 있는 법자(김성철), 무섭게 생겼는데 우스운 똘마니(안창환) 등은 본의 아니게 범죄자들의 미화에 앞장서며(?) 신선한 얼굴로 명연기를 펼쳤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교도관들 역시 빛나는 조연이었다.

기존 유명 배우들의 변신도 놀라웠다. 충격적 반전을 보여주며 짧고 굵게 초반 분위기 잡는데 한 몫 한 조주임 성동일, 입만 열면 거친 말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한 심성으로 재소자들의 갱생을 도운 팽부장 정웅인, 가장 현실적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가장 비현실적인 천사 캐릭터 준호 정경호,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천진한 눈빛으로 심장을 저격했던 유대위 정해인, 젊은 한때의 과오를 뉘우치며 반평생을 감옥에서 산 사람이 있다면 저럴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 장기수 최무성 등. 모두 잊지 못할 명연기를 펼쳤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종영되자 시청자들은 아쉬운 마음에 제작진에게 어려운 주문을 했다. '시즌 2'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성공한 드라마이기에 제작진은 이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이다. '슬기로운~' 시리즈가 됐든, '~감빵생활' 시리즈가 됐든, 일단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 세상은 넓고, 할 얘기는 많으며, 좋은 배우들 또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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