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정현(22, 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현은 22일 오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한동안 세계 1위였던 강호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 세계 랭킹 14위)다.

정현이 만약 조코비치를 꺾고 8강에 오른다면 한국 테니스 사상 역대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의 최고 성적은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US오픈에서 기록한 16강이었다.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이형택의 최고 기록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사상 첫 메이저 대회 8강까지 노리게 됐다.  

   
▲ 사진=정현 인스타그램


물론 객관적인 전력이나 이름값, 현재 세계랭킹(정현 58위, 조코비치 14위)에서 정현은 조코비치에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정현은 2년 전 바로 이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를 1회전에서 만나 0-3으로 완패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의 세월동안 정현과 조코비치 모두 위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정현은 이번 대회 들어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듭하며 16강까지 올라왔다. 특히 앞선 3회전에서는 대회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세계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 독일)를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쳐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즈베레프는 지난해 ATP 투어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했던 남자 테니스계의 샛별이다. 정현은 끈질긴 승부로 즈베레프의 힘을 빼며 5세트까지 끌고가 멋진 승리를 낚아챘다.

정현이 이렇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조코비치는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을 당해 하반기에는 아예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는 2회전 가엘 몽피스(31, 프랑스, 세계 랭킹 39위)에게 한 세트를 내준 외에는 1회전과 3회전을 모두 3-0 완승을 거둬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22, 스페인, 세계 랭킹 23위)와 치른 3회전 경기 도중에는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듯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조코비치가 4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2번이나 정상에 오르는 등 2015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세계 최고로 군림할 때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정현은 즈베레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도전자의 입장에서 조코비치를 만난다. 즉, 정현이 부담감 면에서는 조코비치보다 훨씬 덜한 상태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또한 정현은 즈베레프를 무너뜨릴 때 보여줬던 것처럼 풀세트를 치르면서도 막판까지 흔들림 없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정현이 버티기로 나서면서 조코비치를 괴롭힌다면 의외의 결과를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정현은 '져도 좋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하면 된다. 정현-조코비치 경기는 센터 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전세계 많은 테니스팬들이 이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16강까지 오른 한국 선수 정현이 조코비치와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한껏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다. 

정현이 다시 한 번 이변을 연출하며 조코비치를 물리치기라도 한다면 한국 테니스의 경사요, 새로운 역사가 열린다. 쉽지 않은 승부겠지만 정신력이라면 누구 부럽지 않은 정현이다.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 위치까지 온 정현이 선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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