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말처럼 세상일 안돼요"…원칙없는 포퓰리즘 부작용 '시장의 반격'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기저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정부의 잘못을 모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탓'이라고 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상대평가의 시간은 가고 절대평가의 시간이 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국정을 잘 이끄는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때를 맞았다. '문제 제기의 선수'가 아니라 '문제를 풀어내는 해결사'로서 진면목을 보여줘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실력 부족이 들통나면 가차없이 마음을 바꾸는 게 국민이다.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위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정책혼선으로 갈팡질팡하지 말고, 국정 운영실력이 우수함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정책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책의 원칙'은 어떤게 있을까?

정책이 지녀야 할 7가지 원칙

정책 담당자가 지켜야할 원칙으로 균형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정책의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 국가 전체를 보는 거시적 효과와 가정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효과, 국내 경제흐름과 국제 경제흐름을 동시에 파악하는 시각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 담당자는 대부분 '발등의 불'을 끄기위해 허겁지겁 단기대응책을 내놓기 쉬운데, 그러다보면 정책이 갈팡질팡 좌충우돌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정책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청년고용정책참여단 이재은 씨,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정책의 두번째 원칙으로 '일관성'이 꼽힌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그런 만큼, 정권이나 장관에 관계없이 지극히 나쁜 정책이 아니면 연속성을 유지해주는 게 좋다.

냉탕온탕을 오간다가나, 히터를 켜놓고 다시 에어컨을 켜는 것은 정책의 정합성에도 맞지 않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여론을 가장해 자기 몫을 챙기려는 이익집단을 경계해야 하며,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인기영합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족시켜 주는 정책은 없다.

셋째, 정책 조정은 정교해야 한다. 경제팀의 경제팀의 역할 분담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정부 부처간에 정책과 관련된 정보 공유가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거래서 폐지냐 유지냐'에 대한 부처간 정책조율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20~30대 가상화폐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금 한국 경제를 이끄는 청와대와 정부부처 가운데, 청와대를 보면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있다. 세 명 모두 교수 출신으로 정책을 직접 펼쳐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넷째, 정책은 반듯한 근거에 바탕을 둬야 하는 데 그게 바로 시장원리다. 시장원리는 경제주체의 행동규범이자, 자원의 최적분배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정책의 코드는  항상 시장에 중심을 맞춰야 하며, 그게 자원 낭비를 줄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이다.

이념에 사로잡힌 정부는 흔히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찾아 꿰맞추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국정철학이라는 이름으로 현장과 괴리된 정책을 펴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해친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는게 정책의 어려움이다.

다섯째, 정부와 이해당사자와의 협상은 '공익증대'를 위한 문제해결 과정이어야 한다. 아우성치는 소수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말없는 다수의 장기적 이익을 우선하는 '사심없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많은 나라에서 포퓰리즘 좌파는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많이 쓰는데, 그런 정책은 반드시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베네수엘라, 남유럽의 그리스 등에서 크게 문제가 생긴 것도 포퓰리즘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는 집단 위주로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여섯째, 정책은 글로벌 시각에서 추진돼야 한다. 국제규범에 부합하고 유연성을 수용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국가간 이동성이 높은 자원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다. 국민소득이 많고 경쟁력이 뛰어난 나라들은 대체로 외국인 투자를 많이 유치하는 나라들이다.

이들은 국내 소득세는 높여도 법인세는 낮춘다. 외국자본의 투자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이 '복지모델의 표본'으로 여기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법인세가 21~23% 수준으로 한국(25%)보다 낮은 것은 '복지재원의 충당이 아무리 중요하더라고, 성장동력의 훼손보다 앞서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이 서서히 국민의 심판대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20~30대는 오락가락하는 가상화폐 규제 때문에 뿔이 단단히 났다. 40대들은 치솟는 집값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보냈던 신뢰를 거둬들이고 있다. 50대와 60대 기업인과 영세사업자,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피해자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일곱째, 정책의 진정한 해답은 교과서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렸을적 아이들이 축구할 때 보면 네편 내편 할 것없이 우르르 공만 쫓아 다닌다. 경기장을 다 쓰지도 못하고,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지도 못한채 체력소모는 크기만 하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과거 미국 행정부의 고위관료는 "경제정책 결정과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범위가 넓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는 고사하고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제정책을 담담했던 관료들에게 물어보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일수록 즉답을 하지 않고 '정책 대응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식으로 답변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분수령'에 직면 -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이 서서히 국민의 심판대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20~30대는 오락가락하는 가상화폐 규제 때문에 뿔이 단단히 났다. 40대들은 치솟는 집값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보냈던 신뢰를 거둬들이고 있다. 50대와 60대 기업인과 영세사업자,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피해자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게 교과서적인 설명이다. 지금 청와대 경제참모들은 교과서 대로 정책을 펼치면 모두 통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성장 고용 수출 물가안정 소득분배' 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비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경제정책은 서로 상충되는 게 많기 때문이다. 특히 '파이(성장)를 키우지 않고 분배에 나서는 정책'은 정말 실패하기 쉽다. 자기 몫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분배를 키우면 반드시 손실을 보는 사람이 생기고, 그런 과정에서 을(乙)간의 갈등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좌파들에게 인기있는 경제관련 책을 펴냈던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최저임금 현장점검을 갔다가 "장관님 말처럼 세상일 쉽게 안돼요"란 얘기를 들었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모르는 장관들이 실생활을 체득한 서민들에게 한 수 배우는 꼴이다. 이렇게 정책담당자의 실력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정말 분수령에 직면했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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