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유감'…요즘 민심변화 이끄는 2030세대의 두 목소리
2018-01-28 13:25:2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김정은 사진-인공기 불태우기 확산은 놀라운 변화
그러나 방심할 때 언제라도 다시 등 동릴 수 있어
그러나 방심할 때 언제라도 다시 등 동릴 수 있어
▲ 조우석 언론인 |
우선 그건 전에 없던 반북정서 확산으로 연결되는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일 2월 9일에 맞춰 전국에 태극기 게양 운동을 펼치는 게 그 중 하나인데, 대담한 맞불 작전이다. 실제로 서울대 등 대학 게시판과 SNS에는 남북단일팀과 한반도기 비판이 수천 건 이상 올라온 상태다.
서울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도 "평창올림픽 북한 선수단을 위해 환영 행사나 공동 응원행사는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니 대학가 전체가 싸늘하다. 이런 움직임에 여야는 입맛대로 해석한다. 민주당 대변인 김현의 경우 "2030세대가 보수 정권과 언론이 만든 반북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으나 소가 웃는다. 그런 고압적 자세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다.
가슴 뻥 뚫리는 벌레소년의 '평창 유감'
"단일팀이 평화에 기여하는 가치를 확인하게 되면 (그들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그 또한 헛된 희망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서와 인식의 실체란 무얼까? 그걸 가늠케 해주는 실마라는 벌레소년이란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려진 유쾌 상쾌 통쾌한 랩 '평창 유감'이다.
만 하루 새 7만 조회를 넘어선 그 곡을 만든 벌레소년은 "단일팀 문제와 북한 돼지년(현송월 지칭)한테 굽신 대는 꼴을 참을 수 없어서" 만들었다고 유튜브에서 제작 동기를 고백했다. 폭죽처럼 터지는 말과 리듬감에 힘입어 가슴이 뻥 뚫리는 그 노래의 앞부분은 다음과 같다.
"시작부터 문제인, 인민민주주의는 안하무인폭락하는 비트코인 같이 문꼴오소린매일 자살골만 골인 지지자는 GG치고 발인네이버엔 평화올림픽 검색어 올리기, 최저임금 올리기, 태극기 내리고 한반도기 올리기, 기자들은 담담하게 문빠 욕은 참으라고 약 올리고 지 욕하면 고소장 올리기메달권 아니면 북한이 먼저. 공정함과 희망 따윈 니들에겐 없어. 투표 끝났으면 입 닥치고 내 말에 복종이게 바로 운동권의 민주화 맛이 어떰? 늘린다던 일자리는 더 줄어북한 놈들한테 퍼주기는 더 늘어 여기가 북한이야 남한이야 전세계가 비웃는 평양 올림픽 난 싫어"
▲ 2030세대의 건강한 반란이 너무도 고맙지만, 마냥 도취될 순 없다. 그들이 자유한국당과 우파 시민사회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사진은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 선발대 8명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15명이 25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했다./사진=통일부 제공 |
이게 누가 심어준 반북 프레임의 결과라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운동권 프레임에 갇힌 건 아닐까? 이 가사 바로 뒤에 나오는 "태극기로 탄핵 좀 맞아보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대목이 그걸 암시해준다. "우린 그딴 평화 원한 적 없어/니들 역사 공부 다시 해야 돼"란 말도 등장하는데, 2030세대는 지금 단순한 '갑질 프레임'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다.
즉 제도권 언론은 물론 자유한국당조차도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두려워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체적 진실을 캐묻는 쪽으로 육박하고 있다. 가짜 평화론으로 국가 수호 의무를 방기하고,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해치고 있는 행위를 당장 그만두라는 경고다. 이 대목에서 다음의 질문이 나온다.
2030세대, 대한민국 수호천사 아직은 아냐
그럼 2030세대는 국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수호천사인가? 그건 아니다. 그건 과장된 희망이며, 과도한 기대다. 즉 2030세대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충분히 유념해야 옳다. 그들은 운동권 이념으로 오염된 386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보기 이전에 다른 나라라고 보는 건강함이 살아있다.
그러나 전체로서의 2030세대는 전교조 교육으로부터 나쁜 지식정보를 주입 받은 세대라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하도 헛발질하는 바람에 분노를 표출했을 뿐이지, 우리가 원하는 온전한 시민적 각성을 구현하고 있는 건 아니다. 사실 그들이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부국의 가치를 제대로 교육 받아본 바도, 공부해본 적도 없지 않던가?
건국 이후 처음 등장한 대학 내 우익 동아리인 서울대 등 5개 대학의 트루스포럼, '평창 유감'을 만든 놀라운 청년 벌레소년, 그리고 김정은의 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우는 동영상을 올리는 용감한 2030 젊은이는 아직은 일부이며, 예외적 부류에 속한다는 뜻이다.
그걸 잊을 경우 2030세대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우리 곁을 떠나는 비극도 감수해야 하며, 다시 대한민국파가 패배할 수도 있다. 1년이 채 안 된 지난 대선 당시 20대 47.6%, 30대 56.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문재인에게 보냈다는 사실엔 아직 근본적 변화가 없다. 흔한 말로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오는 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2030세대의 건강한 반란이 너무도 고맙지만, 마냥 도취될 순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잠시 돌아온 그들을 어떻게 대한민국 편으로 든든히 묶어 놓느냐 하는 묵직한 과제를 자유한국당과 우파 시민사회에게 던져준 셈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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