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진-인공기 불태우기 확산은 놀라운 변화
그러나 방심할 때 언제라도 다시 등 동릴 수 있어
   
▲ 조우석 언론인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북한 김정은의 얼굴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우는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건 지금 벌어지는 2030세대 반란의 일부다. "세월호 집회에서 태극기를 태운 사람은 무죄인데 인공기 태웠다고 왜 수사하느냐?"고 묻는 그들의 정당한 분노야말로 요즘 민심 변화를 이끄는 요인인데, 그건 당신의 생각 이상으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우선 그건 전에 없던 반북정서 확산으로 연결되는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일 2월 9일에 맞춰 전국에 태극기 게양 운동을 펼치는 게 그 중 하나인데, 대담한 맞불 작전이다. 실제로 서울대 등 대학 게시판과 SNS에는 남북단일팀과 한반도기 비판이 수천 건 이상 올라온 상태다.

서울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도 "평창올림픽 북한 선수단을 위해 환영 행사나 공동 응원행사는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니 대학가 전체가 싸늘하다. 이런 움직임에 여야는 입맛대로 해석한다. 민주당 대변인 김현의 경우 "2030세대가 보수 정권과 언론이 만든 반북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으나 소가 웃는다. 그런 고압적 자세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다.

가슴 뻥 뚫리는 벌레소년의 '평창 유감'

"단일팀이 평화에 기여하는 가치를 확인하게 되면 (그들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그 또한 헛된 희망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서와 인식의 실체란 무얼까? 그걸 가늠케 해주는 실마라는 벌레소년이란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려진 유쾌 상쾌 통쾌한 랩 '평창 유감'이다. 

만 하루 새 7만 조회를 넘어선 그 곡을 만든 벌레소년은 "단일팀 문제와 북한 돼지년(현송월 지칭)한테 굽신 대는 꼴을 참을 수 없어서" 만들었다고 유튜브에서 제작 동기를 고백했다. 폭죽처럼 터지는 말과 리듬감에 힘입어 가슴이 뻥 뚫리는 그 노래의 앞부분은 다음과 같다.
 
"시작부터 문제인, 인민민주주의는 안하무인폭락하는 비트코인 같이 문꼴오소린매일 자살골만 골인 지지자는 GG치고 발인네이버엔 평화올림픽 검색어 올리기, 최저임금 올리기, 태극기 내리고 한반도기 올리기, 기자들은 담담하게 문빠 욕은 참으라고 약 올리고 지 욕하면 고소장 올리기메달권 아니면 북한이 먼저. 공정함과 희망 따윈 니들에겐 없어. 투표 끝났으면 입 닥치고 내 말에 복종이게 바로 운동권의 민주화 맛이 어떰? 늘린다던 일자리는 더 줄어북한 놈들한테 퍼주기는 더 늘어 여기가 북한이야 남한이야 전세계가 비웃는 평양 올림픽 난 싫어"

   
▲ 2030세대의 건강한 반란이 너무도 고맙지만, 마냥 도취될 순 없다. 그들이 자유한국당과 우파 시민사회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사진은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 선발대 8명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15명이 25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했다./사진=통일부 제공

이게 누가 심어준 반북 프레임의 결과라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운동권 프레임에 갇힌 건 아닐까? 이 가사 바로 뒤에 나오는 "태극기로 탄핵 좀 맞아보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대목이 그걸 암시해준다. "우린 그딴 평화 원한 적 없어/니들 역사 공부 다시 해야 돼"란 말도 등장하는데, 2030세대는 지금 단순한 '갑질 프레임'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다.

즉 제도권 언론은 물론 자유한국당조차도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두려워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체적 진실을 캐묻는 쪽으로 육박하고 있다. 가짜 평화론으로 국가 수호 의무를 방기하고,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해치고 있는 행위를 당장 그만두라는 경고다. 이 대목에서 다음의 질문이 나온다.

2030세대, 대한민국 수호천사 아직은 아냐

그럼 2030세대는 국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수호천사인가? 그건 아니다. 그건 과장된 희망이며, 과도한 기대다. 즉 2030세대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충분히 유념해야 옳다. 그들은 운동권 이념으로 오염된  386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보기 이전에 다른 나라라고 보는 건강함이 살아있다. 

그러나 전체로서의 2030세대는 전교조 교육으로부터 나쁜 지식정보를 주입 받은 세대라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하도 헛발질하는 바람에 분노를 표출했을 뿐이지, 우리가 원하는 온전한 시민적 각성을 구현하고 있는 건 아니다. 사실 그들이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부국의 가치를 제대로 교육 받아본 바도, 공부해본 적도 없지 않던가?

건국 이후 처음 등장한 대학 내 우익 동아리인 서울대 등 5개 대학의 트루스포럼, '평창 유감'을 만든 놀라운 청년 벌레소년, 그리고  김정은의 사진과 인공기를 불태우는 동영상을 올리는 용감한 2030 젊은이는 아직은 일부이며, 예외적 부류에 속한다는 뜻이다. 

그걸 잊을 경우 2030세대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우리 곁을 떠나는 비극도 감수해야 하며, 다시 대한민국파가 패배할 수도 있다. 1년이 채 안 된 지난 대선 당시 20대 47.6%, 30대 56.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문재인에게 보냈다는 사실엔 아직 근본적 변화가 없다. 흔한 말로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오는 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2030세대의 건강한 반란이 너무도 고맙지만, 마냥 도취될 순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잠시 돌아온 그들을 어떻게 대한민국 편으로 든든히 묶어 놓느냐 하는 묵직한 과제를 자유한국당과 우파 시민사회에게 던져준 셈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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