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키기 노조 위기극복 동참 촉구, 일본 독일노사 상생 본받아야
"근로자들은 대마불사라는 잘못된 신화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현대차에서 노무담당을 해온 윤갑한 사장이 최근 퇴임하면서 근로자들에게 간절히 충고한 말이다. 운명을 앞둔 사람의 마지막 말이 선하고 진실하다. 노조간부들과 매년 극심한 임단협 협상을 전쟁을 벌였던 윤전사장의 퇴임사는 울산 등 국내공장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주려는 애정에 물씬 담겨있다.

노조원들이 윤전사장의 애정이 담긴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그들의 일자리도 조만간 위기를 맞을 것이다. 몰락한 미국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조 1세대도 후배들을 위한 고언을 쏟아내고 있다. 2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이상범씨도 지난해 회사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가 개혁에 동참하지 않으면 노조원부터 퇴출될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경고음을 보냈다. 자신이 직접 독일과 중국 러시아 등의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느낀 위기의식을 토로한 것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민주당의 중진 송영길의원도 문재인대통령을 수행해 지난해말 중국방문 중 현대차 충칭공장을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다. 충칭공장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울산공장 근로자에 비해 60% 더 높았기 때문이다. 충칭공장 근로자들은 월급은 94만원으로 울산공장 조합원(800만원)의 9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송의원은 현대차 국내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친노동자정권의 중진의원마저 현대차 노조원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경고할 정도다.

   
▲ 윤갑한 현대차 노무담당 사장이 퇴임하면서 노조 조합원들에게 대마불사의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차가 직면한 국내외경영현실을 직시해서 조합원들도 회사경쟁력강화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윤 전사장(왼쪽)이 지난해 8월 박유기 전 노조위원장과 임단협상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조합원들의 연봉은 국내 근로자 평균 연봉의 3배가량 된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직원에 비해서는 훨씬 높다. 중졸 고졸출신 근로자로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이제는 신도 못가는 귀족직장으로 변했다.

문제는 현대차조합원들의 전투적 성향과 이기주의 내몫찾기가 지속되면 미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코 없다. 회사는 어려워지고, 해외공장에 비해 경쟁력은 추락하는데, 매년 고연봉을 노린 장기파업을 벌이면 경쟁력추락은 불가피하다. 노조는 지난 31년간 단 4년을 제외하고 파업을 벌여 수십조원의 생산차질을 빚게 했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해를 넘겨야 했다. 지난해말 타결한 1차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이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올 1월 노조가 통과시킨 합의안은 1차합의안에 비해 겨우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을 더 받는 것이 추가됐다. 노조는 지난해 파업으로 2조원이상 생산차질을 빚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과격한 노조가 폐단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거의 자해적 수준의 파업으로 회사전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과 경쟁력은 이미 해외공장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특단의 고통분담과 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대마불사 신화가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조원들만 모르고 있다.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을 알면서도 애서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폭풍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타조가 머리를 땅에 박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현대차 국내공장은 귀족노조의 밥그릇지키기로 인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대차 경영상태에도 위기의 경보음이 켜진 상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드피해로 중국내 판매와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올해 판매목표도 지난해에 비해 70만대이상 적은 755만대로 낮춰 잡았다. 2015년이후 3년째 목표달성에 차질을 빚었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심상찮다. 트럼프행정부는 한미FTA개정 협상의 핵심을 자동차시장 개방에 두고 있다. 심지어 북미국가들과는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부품의 50%이상을 미국안에서 조달할 것을 요구하는 협상도 벌이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등지에 대한 수출도 힘겨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매출이 80%이상되는 현대차 기아차로선 품질 가격경쟁력 향상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경쟁사들은 노사화합으로 친환경차량 개발과 자율주행차 선점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선진국의 협조적인 자동차 노조와 달리 과격한 파업몽니와 고연봉 탐욕을 부리며 회사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노조는 윤갑한 전사장의 경고가 기우에 그치도록 혁신하고 자성해야 한다. 노조도 자체적으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해외공장견학을 추진해봐라. 해외공장의 경쟁력을 눈으로 봐야 대마불사라는 헛된 신화에서 벗어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끔찍한 '검은 백조'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미신은 반드시 무너진다.

"회사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노조1세대의 쓴소리나 대마불사 미신은 깨진다는 윤전사장의 경고가 울산공장 조합원들을 번쩍 깨우는 죽비가 돼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