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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北 2.8 열병식, '포스트 평창' 대비 美와 힘겨루기
김소정 부장
2018-01-29 18:53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일 2월8일을 ‘건군절’로 바꿔 정하고 대대적인 열병식 준비에 돌입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통해 ‘평화올림픽’을 만들고 북미대화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수용했던 미국은 즉각 추가 대북제재안을 마련,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관련이 있는 중국과 북한의 기관과 개인, 선박을 추가로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북한은 29일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진행 중인 열병식 준비에 5만여명을 동원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대대적인 행사를 예고했다.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북한의 차기 도발 무기로 꼽히는 ‘화성-13형’ 3단 로켓 등이 동원될 가능성도 전망된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열병식 예고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1박2일간 방남해 남한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직후 나왔고, 열병식은 ‘삼지연’의 강릉 공연일정과 맞춰졌다. 지난 현송월 방남 때 ‘과잉 의전’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열병식 뒤통수’까지 맞은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처음 열병식과 관련해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고,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이어지는 악순환적인 상황으로 빠르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라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내 조 장관은 말을 바꿔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다. 이 시기에 열병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지만 그래서 더욱 정부의 난감한 입장이 읽혀졌다.


이렇게 되자 남북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공동으로 준비하는 각종 행사 준비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반복되면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된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적 제재 등이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당장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개최하기로 한 남북 공동 스키훈련을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내일까지 출발 준비를 마쳐야 하지만 정부의 공식 일정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통일부는 당초 29일 오전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가 오후 발표로 미뤄지는가 했지만 결국 “오늘 발표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정부 당국자의 전언이 나왔다. 또 남측 관람객만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인 2월4일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공연도 윤곽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두가지 행사의 경우 당장 미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독자적 대북제재인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의 180일간 미국 내 입항 금지’ 규정, 또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서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량 한도를 현행 연간 200만배럴에서 50만배럴로 대폭 감소’ 조항에 어긋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앞서 정부는 마식령스키장까지 남한 스키선수들의 이동수단으로 북한에 항공편을 제시했고, 따라서 이번에 원산 갈마비행장까지 날아간 항공기의 항공사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 취항한 항공사는 이번에 동원될 수 없다.


또 정부는 금강산 문화공연을 위해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 경유를 미리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산가족상봉 때처럼 탱크로리에 경유를 담아 육로로 이송한다는 것으로 비록 제한량을 초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석유 및 정유제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북 제재의 상징인 만큼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결국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에 물꼬를 트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까지 받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석에 앉는 데 성공한 듯했지만 정부가 일단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사이 북한은 벌써부터 평창올림픽 이후를 대비해 미국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의 응원단과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 남북 합동문화행사 등으로 화해 무드를 한껏 끌어올린 뒤 평창올림픽 직후 남북간 군사당국회담을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이미 북한은 평창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시선을 집중시킨 뒤 직접 대화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7~28일 다섯건의 반미 메시지를 내보냈다. 특히 “남조선에서 반미‧반전투쟁을 더 과감히 전개해야 한다”며 남한 정부를 끌어들이며 남남갈등도 조장시키려는 의도도 보였다.

 

결국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면서도 우리가 주장하는 평화올림픽 목전에서 남북공조를 거론하며 한미간 균열을 꾀하는 해묵은 카드를 빼들었다. 북미대화를 위해 북한이 늘상 써왔지만 우리가 번번이 실패했던 북한의 전략카드를 받아든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릴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은 지난해 4월15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중인 열병식을 생중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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