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파이널 보스' 오승환(36)이 아직 새 팀을 못찾고 있다. 1월도 다 가고 벌써 2월인데 계약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었던 오승환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 된 데다 그를 원하는 팀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무난한 계약이 예상됐다. 하지만 아직이다.

   
▲ 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공식 SNS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오승환이 쉽게 계약을 하지 못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12월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당시만 해도 오승환의 주가는 상당히 높았다. 최소 10개 구단 이상이 관심을 보였고 실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콜한 팀도 몇몇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승환은 심사숙고하며 선뜻 사인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지난 시즌 후 FA 시장에 나온 250명 가운데 오승환 포함 아직 120~130명이 계약하지 않았다. 이처럼 시장 자체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계약 성사는 뜸해졌다. 특히 최근 계약한 불펜 투수들의 몸값이 FA 시장 초반보다 많이 떨어진 것이 눈에 띈다.

이는 각 팀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전력을 채워나가다 보니 갈수록 남아 있는 FA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때문으로 보인다. 

오승환이 윈터미팅 때 제안받았던 좋은 조건들만 생각하고, 해를 넘겨 1월까지 끌고온 것이 결국 협상 전략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오승환은 마무리로 뛸 수 있는 팀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팀들의 시각은 오승환과는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 지난 시즌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출발했지만 구위가 떨어지며 블론세이브가 잦아져 셋업맨으로 밀려났다.

오승환의 2년간 메이저리그 성적은 138경기 등판해 7승 9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로 준수하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의 편차가 컸다. 2016년에는 76경기서 6승 3패 19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이 1.92밖에 안돼 '파이널 보스'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2017년에는 62경기서 1승 6패 20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이 4.10으로 크게 높아졌다. 피안타, 피홈런, 탈삼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기록이 나빠졌다.

오승환의 2017시즌 성적은 그가 하락세로 접어든 신호로 볼 수도 있어, 마무리 투수 자원을 찾는 팀들 입장에서는 선뜻 선택할 카드가 아니다.

오승환에게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소속팀이 없어도 오승환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착실히 동계 개인훈련을 실시해왔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 중순 이전에만 계약하면 올 시즌 준비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간에 쫓기다 보면 원하던 조건을 충분히 얻지 못한 채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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