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SK증권 인수를 준비하고 있는 케이프컨소시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인수 구조상 문제를 제기하자 인수 작업 전체가 난항에 봉착했다. 현행대로는 위법소지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지만, 4개월을 기다린 케이프로서는 다급한 입장이다. SK는 SK대로 빨리 증권사를 팔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던 케이프컨소시엄이 뜻밖의 난항에 봉착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SK증권 지분 매입 계획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발견했다’는 의견을 케이프컨소시엄 측에 전달했다. 이대로는 승인이 어렵다는 의견도 함께였다.
|
 |
|
▲ 사진=케이프투자증권 |
케이프컨소시엄 측은 작년 8월 SK가 보유한 지분 SK증권 지분 10%를 60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청한 뒤 약 4개월을 기다려 왔다. 케이프컨소시엄은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의 공동 출자로 설립한 사모투자펀드(PEF) 형태로 SK증권의 경영권을 인수하려 했지만 감독당국이 ‘위법’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국은 SK증권 인수 주체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PEF 출자자로 케이프투자증권이 참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증권사의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해석한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34조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해 금전이나 증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대여하거나 채무이행의 보증, 자금 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 등 거래상의 신용위험을 수반하는 직·간접적인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라 케이프 측은 부랴부랴 케이프투자증권을 대신할 재무적 투자자(LP)를 구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당국의 지적이 물론 일리가 있지만 4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이 아쉽다는 게 골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증권 인수의 경우 국내 자본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 “시간이 금인 상황인데 4개월이 지나서야 ‘원점’ 수준의 지적을 함으로써 케이프와 SK 모두 커다란 리스크를 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케이프인베스트먼트 측 귀책사유가 되기 때문에 케이프는 계약금 60억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염없이 기다렸던 4개월의 시간을 감안하면 당국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큰 손해를 보게 생긴 셈이다.
최대한 빨리 증권사를 떼어내야 하는 SK는 SK대로 난감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주식회사 SK가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한 2015년 8월 3일 이후 2년간의 유예기간이 지났음에도 SK증권 주식을 처분하지 못했다면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29억원을 부과했다.
앞으로 1년 이내 경영권 매각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검찰 고발과 과징금 추가 부과 등의 제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프컨소시엄과 관련된 문제들이 SK측에도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해프닝’ 수준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 ‘한 번에 되는 일이 없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기업들에 대한 통제를 할 때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당국의 움직임에는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